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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채 발견된 멸종위기 붉은바다거북을 부검하니 뱃속에서 플라스틱, 비닐, 어망이 잔뜩 나왔다. 국립생태원 제공.

커다란 수족관에서 바다거북 가우디가 울고 있다. 답답한 수족관을 벗어나 바다로 돌아가고 싶어서다. 물고기들의 도움으로 가우디는 극적으로 수족관을 탈출해 바다로 돌아간다. 그러나 바다는 너무 오염돼 있고 가우디는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곯는다. 가우디는 함께 바다로 탈출한 유일한 친구인 물고기 푸루를 잡아먹고 만다.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이자 동화작가인 다지마 신지의 ‘바다로 간 가우디’의 줄거리다.

가우디처럼 수족관에 살다가 바다로 돌아간 거북이 있었다. 국내의 한 대형 수족관에서 전시용으로 사육되던 멸종위기종 붉은바다거북이 바다로 돌아갔다. 그러나 붉은바다거북의 자유는 11일 만에 끝났다. 위치추적기를 부착하고 제주 앞바다에서 출발한 바다거북은 부산 연안에 이르러 움직임이 멈췄고 결국 죽은 채 발견됐다. 부검을 해 보니, 배 속에서 225조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

이 거북만 운이 없었던 걸까. 국립생태원에서 바다거북 40마리를 부검해 보니, 모든 사체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푸른바다거북은 해조류를 주로 먹는데, 바다 속에서 흔들리는 밧줄이나 그물을 해조류로 오인해서 먹는 경우가 많다. 붉은바다거북은 해파리, 오징어 등을 먹는데 비닐 쓰레기가 해파리처럼 보여서 먹게 된다. 바다거북은 이빨이 없어 플라스틱을 씹지 않고 삼킨다. 또, 먹이가 역류하지 않도록 식도 안에 돌기가 발달해 있는데 이 돌기로 인해 플라스틱을 뱉고 싶어도 뱉을 수가 없다. 십장생 중 하나로 무병장수의 상징이며, 많은 전설에서 바다 신의 전령이었던 거북이 플라스틱으로 죽어가다니, 용왕님이 크게 노하실 일 아닌가.

지난 칼럼에 소개한 크리스 조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알바트로스’는 태평양 한복판 미드웨이 섬에서 살아가는 알바트로스가 플라스틱 조각을 먹고 죽어가는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다른 다큐멘터리 영화 ‘블루’의 주인공은 캐나다 서부 해안에 사는 슴새다. 조류학자 제니퍼 레이버스가 새끼 슴새를 구조해서 위세척을 해보니, 병뚜껑, 볼펜뚜껑 등 온갖 플라스틱이 쏟아져 나온다. 레이버스 박사가 연구를 시작하던 10년 전에는 75%의 바다 새 뱃속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됐는데, 이제는 100퍼센트의 새들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된다. 지난달 이탈리아 해변에서 죽은 채 발견된 임신한 향유고래의 배 속에서는 무려 22㎏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

해양환경보호단체 오세아나는 전 세계적으로 매시간 약 675톤의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 중 절반이 플라스틱 쓰레기다. 플라스틱은 소각하면 다이옥신이 돼 우리 코로 들어오고, 바다에 버리면 미세플라스틱이 돼 입으로 돌아온다. 피할 길이 없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 1명당 매년 500개에서 최대 8,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소금을 통해 섭취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해산물을 통한 미세플라스틱 섭취까지 치면, 우리는 과연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먹고 있는 걸까.

많은 기업들이 ‘재활용’을 통한 환경보전을 약속한다. 1초에 4,000개의 플라스틱 음료수 병을 전 세계에 팔아 치우는 코카콜라 그룹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기업들의 약속을 우리가 믿어도 될까. 제16회 서울환경영화제 상영작이었던 다큐멘터리 영화 ‘달콤한 플라스틱 제국’은 코카콜라의 재활용 약속을 세밀하게 취재하고 그 허상을 폭로한다.

지난 23일은 ‘세계 거북의 날’이었고, 31일은 한국 정부가 지정한 ‘바다의 날’이었다. 영국은 플라스틱 빨대와 음료를 젓는 막대기, 면봉을 내년 4월부터 사용 금지하겠다 밝혔고, 유럽연합(EU) 이사회는 2021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안건을 법제화할 예정이다. 케냐는 비닐봉투의 제작, 사용을 2017년에 전면 금지했고 이를 어기면 최대 징역 4년 또는 최대 4,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방글라데시도 2002년부터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했다.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획기적인 감축 대책이 시급하다.

황윤 영화감독ㆍ’사랑할까, 먹을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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