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체력검정 보완은 왜곡된 남성주의 인식” 여성단체 반발

입력
2019.05.28 16:01

 61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성명 발표 

여성 경찰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주장과 함께 여경 무용론까지 등장했던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 당시 사건 현장 일부를 담은 영상 캡처. 서울 구로경찰서 제공
여성 경찰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주장과 함께 여경 무용론까지 등장했던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 당시 사건 현장 일부를 담은 영상 캡처. 서울 구로경찰서 제공

여성 경찰관 체력검정 절차를 보완하겠다는 경찰청장 발표에 여성계가 반발했다. 61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27일 ‘대림동 공무집행방해 사건과 관련해 경찰청의 여경 체력검정 절차 보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성명에서 “체력검정 절차 보완 결정은 대림동 주취자 공무집행방해 사건에 대해 여경의 체력을 문제 삼으며 여경 무용론을 펼치는 일각의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특히 “체력검정 절차 보완과 같은 결정은 경찰이 다양한 역량을 필요로 함에도 불구, 물리력이 경찰의 가장 주요한 역량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왜곡된 남성주의적 인식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성 경찰관도 가해자 제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의 물리력을 문제 삼는다면 경찰 전체의 문제로 여겨야 할 것이며, 여경의 물리력 문제를 이 사건의 핵심으로 보면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의회는 “이번 대림동 공무집행방해 사건은 여경의 체력이 아닌 공권력 경시가 문제돼야 할 사건”이라며 “경찰청의 후속 조치가 여경의 체력검정 절차 보완이 아닌 공권력 경시 풍조에 경종을 울리는 다른 방식으로 이뤄지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3일 발생한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을 두고 여경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주장과 함께 여경 무용론까지 등장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여경의 체력검정 기준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1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경 불신을 해소하려면 부실 체력검사 기준부터 바꿔야 한다”며 “대표적인 것이 팔굽혀펴기”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건 당시 여경 대응이 적절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다만 여경의 체력검정 기준이 약하다는 지적에는 검정 수준을 높여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민 청장은 “여경의 체력검정과 관련해 제기된 문제를 인식하고 경찰개혁위원회에서 진지하게 논의했다”며 “경찰대, 간부후보생 과정부터 개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체력이 좋은 사람으로만 경찰을 뽑는다면 운동선수가 아니면 안 될 것”이라며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필요한 체력이 어떤 것인지, 어느 정도의 체력이 필요한지를 판단한 뒤 적응 과정을 거쳐 전체 경찰 모집 때 체력 기준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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