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폐기물 운전만 해도 처벌…정부, 처벌 수위 강화한다

입력
2019.05.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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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검산동 불법 투기 폐기물 방치 현장. 파주시 제공
파주시 검산동 불법 투기 폐기물 방치 현장. 파주시 제공

앞으로는 불법 폐기물인 것을 알고도 운반했을 경우 최고 2년의 징역형을 받게 되고, 폐기물 처리와 관련해 과태료만 내면 됐던 일부 불법행위에 대해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폐기물 양수ㆍ양도 등으로 종전 명의자가 권리ㆍ의무를 넘긴 뒤엔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책임을 지도록 법이 개정된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폐기물 불법처리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놓고 28일 국회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토론회를 연다고 27일 밝혔다. 토론회에는 박천규 환경부 차관을 비롯해 한정애 의원, 산업계ㆍ학계ㆍ법조계 관계자 등 총 50여명이 참석한다.

토론회에서는 ‘불법폐기물 발생 자체의 사전예방’과 ‘이미 발생한 불법폐기물에 대한 신속한 사후조치’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집중적으로 모색한다. 이채은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고의 부도를 통한 책임 회피 및 임대 부지를 이용한 불법 투기 등 신종 불법 행위를 억제하고, 이미 발생한 불법 폐기물을 책임자를 통해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소개할 예정이다.

현행 규정에선 양도ㆍ양수, 합병ㆍ분할, 경매 등으로 권리ㆍ의무가 승계되면, 불법 처리업체 종전 명의자에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가 없다. 이에 정부는 권리ㆍ의무 승계에 대한 사전 허가제를 도입해 종전 명의자의 법적 책임 이행 여부와 새 명의자의 처리 능력ㆍ결격 사유 유무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한 뒤 허가를 내줄 계획이다. 또 권리ㆍ의무를 승계해도 위법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까지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을 법률 상 명시할 예정이다.

그간 환경 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폐기물 불법 처리업체에 대해 영업정지ㆍ처리명령 등 행정처분을 내려도 업체의 행정소송이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할 경우 폐기물이 계속 반입돼 불법 폐기물이 폭증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서도 반입금지 명령을 신설해 불법 폐기물이 늘어나는 것을 막도록 할 계획이다.

불법 폐기물 처리 책임자도 처리자와 위탁자, 토지소유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처리자가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고 버티거나 위탁자(배출자 등)에게 처리 책임을 묻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불법 폐기물 책임자를 배출ㆍ운반ㆍ최종처리까지 일련의 과정에 관여하고 법령 상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자를 모두 처리 책임자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의 또는 중과실로 불법 폐기물을 운반했을 경우에도 최고 징역 2년이나 벌금 2,000만원에 처해진다.

불법 폐기물 처리자가 얻게 되는 기대 수익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아 범죄 억제력이 약하다는 지적에 따라 현재 과태료로 규정돼 있는 일부 불법 행위에 대해선 징역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 기준을 높인다. 폐기물을 불법적으로 처리해 얻게 되는 이익의 수배의 금액과 원상 회복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불법행위자가 영업정지를 갈음하는 과징금을 미납할 경우 영업정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과징금 없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경우도 새롭게 규정할 예정이다.

폐기물 처리가 늦어질 경우 정부나 지자체가 업체를 대신해 집행한 다음 비용을 청구하는 행정대집행 절차도 개선한다. 현행 법규상 사전절차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재산은닉 가능성을 차단하지 못하고 있고, 비용 환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대집행 실시에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다. 처리 책임자를 관리하는 여러 지자체 간 대집행 실시 권한이 불분명한 것 또한 걸림돌이다. 이에 조치명령 없이 대집행을 실시할 수 있는 근거를 추가하고, 대집행 전이라도 법원에 재산조회, 가압류 신청 등 비용 환수를 위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기로 했다. 또 불법 폐기물 처리 책임자를 관할하는 지자체가 모두 조치명령이나 대집행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되 최종 처리자 관할 지자체가 아닌 다른 지자체가 대집행을 실시한 경우 그 비용을 관할 지자체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한번 허가를 받으면 취소되지 않는 이상 영구히 지속하는 제도를 고쳐 유효기간을 정하고 주기적으로 자격ㆍ능력을 점검한다. 결격사유가 있을 경우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기간을 늘리고 대상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채은 과장은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국회와의 협력을 통해 불법폐기물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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