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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호평… 26일 수상 기대감 높아져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이 22일(현지시간)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네 번째로 협업한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뜨거운 환호를 받고 있다. “봉준호 스스로가 하나의 장르가 됐다”(인디와이어)는 극찬까지 들린다. 영화제 공식 소식지인 스크린 데일리는 ‘기생충’에 평점 4점 만점에 3.4점을 줬다. 24일(현지시간)까지 공개된 영화 17편(경쟁부문 영화는 21편) 중 가장 높은 평점이다. 한국 영화 첫 황금종려상(최고상) 수상이 먼 이야기만은 아니다. ‘기생충’은 가족 전원이 백수인 기택(송강호)네가 IT기업 박 사장(이선균)네 가족과 만나면서 빚어지는 계급 충돌을 블랙 코미디로 펼쳐낸다. 공식 상영 다음날인 22일 칸에서 봉 감독을 만났다.

칸에서 봉준호(50) 감독은 분과 초를 쪼개며 아이돌 스타급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인터뷰를 한 해외 언론만 150여곳에 달한다. 영화 ‘기생충’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못해 데일 지경이다. ‘기생충’은 이달 30일 한국 개봉에 이어 다음달 5일 프랑스에서도 개봉한다. “21일 공식 상영 이후 만난 해외 영화인들 반응이 특이하게도 똑같았어요. 다들 자기 나라 얘기라는 겁니다. 영국의 한 지인은 런던으로 배경을 바꿔서 리메이크해도 되겠다고 하더군요. 이 영화의 주제에 공감해 주니 기쁘기는 한데, 양극화가 국가를 초월한 문제라는 뜻이니까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니기도 하죠. 하지만 지금은 제 코가 석잡니다. 하하.”

공식 상영 당시 기립박수가 끊이지 않자 봉 감독은 “밤이 늦었으니 집에 가자”는 말로 감사 인사를 대신했다. 쑥스러워하며 괜스레 옆자리 배우에게 “배고프다”고 말하는 모습도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칸에서 환대받는 건 멋진 일이지만 사실 그 시간을 견뎌 내는 건 쉽지 않아요. 그리고 진짜로 배가 고프기도 했습니다. 하하.”

온전히 한국에서 영화를 찍은 건 2009년 ‘마더’ 이후 10년 만이다. ‘설국열차’(2013)는 할리우드 배우들과 찍었고 ‘옥자’(2017)는 온라인 스트리밍업체(OTT) 넷플릭스에서 제작했다. “기차(설국열차)에 4년, 돼지(옥자)에 4년을 쏟았어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해요. ‘기생충’이 오랜만에 한국에서 찍은 영화이긴 하지만 제작 과정이 크게 달랐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다만 제가 느낀 가장 큰 차이는 규모예요. ‘옥자’에 620억원을 들였는데 ‘기생충’은 5분의1도 안 되는 예산으로 찍었어요. 그 규모가 ‘살인의 추억’(2003)과 ‘마더’처럼 제 몸에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에너지를 인물들에 투입해서 더 섬세하게 파고들 수도 있었죠.”

영화 '기생충'은 송강호와 장혜진 등 배우들의 앙상블만으로도 보는 재미를 안긴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봉 감독이 이 영화를 처음 구상한 건 ‘설국열차’ 후반작업 중이던 2013년이다. 가난한 가족과 부유한 가족이라는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여 나갔다. 봉 감독의 시선은 한결같이 신자유주의 체제를 향해 있다. ‘설국열차’가 꼬리칸과 머리칸으로 나뉜 수평적 질서로 계급사회를 그렸다면, ‘기생충’은 호화 저택과 반지하 방의 공간 대비, 저택의 다층 구조, 그 공간들을 연결하는 계단의 수식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봉 감독은 “나와 스태프들은 이 영화를 ‘계단 시네마’라 부르며 각자 좋아하는 계단 장면을 뽑아 보곤 했다”고 웃었다. “계단으로 계급, 계층을 표현하는 건 보편적이지만, 반지하는 한국에만 있어요. 지하인데 지상이라고 믿고 싶은 공간이고, 눅눅하고 어둡지만 햇볕이 드는 순간도 있죠. 여기서 더 내려가면 그야말로 지하이니까 묘한 공포감도 서려 있고요. 그 독특한 뉘앙스를 해외 관객들이 어떻게 이해할지 궁금합니다.”

‘설국열차’로 계급사회 전복을 시도하고 ‘옥자’로 자본주의의 야만성을 폭로했던 봉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기생’이라는 상징을 내세워 못 가진 자들의 처절한 ‘생존 투쟁’을 그린다. 봉 감독은 “가난한 가족도 적당히 뻔뻔하고 부잣집 가족도 누군가를 해코지하는 악당은 아니다”라며 “적당히 나쁘고 적당히 착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나오는데도 끝내 극한 상황에 치달을 수밖에 없는 두려움과 슬픔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슬픔이 이야기의 끝은 아니다. 봉 감독은 엔딩크레디트에 흐르는 노래에 귀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봉 감독이 작사하고 음악감독 정재일이 작곡하고 배우 최우식이 부른 ‘소주 한 잔’이라는 곡이다. 봉 감독은 “그 노래가 어떻게 다가오느냐에 따라 영화의 여운도 달라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칸=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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