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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지난달 13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서울시립은평청소년미래진로센터 ‘크리킨디센터’의 파쿠르 클래스에 참여하고 있다. 크리킨디센터 제공

흔히 파쿠르를 ‘일탈과 저항의 스포츠’라고 생각하지만 최근의 추세는 다르다. 지난해 12월 국제체조연맹(FIG)이 파쿠르를 8번째 기계체조 종목으로 받아들이며 공식 스포츠로 인정했다.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에서 파쿠르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특히 ‘교육’으로서 파쿠르의 가능성이 각광을 받고 있다. 신체활동 감소나 스마트폰이나 게임 중독 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움직임의 예술(L'art du deplacement)로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대안적 생활체육 및 스포츠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2017년 세계 최초로 파쿠르를 공식 스포츠로 지정한 영국이 대표적이다. 2005년 영국 웨스트민스터시가 지역 체육관 및 학교에서 파쿠르 교육을 실시해 60% 이상 청소년 범죄율 감소 효과를 누리며 그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차렸다. 공공기물 파손과 마약 범죄 등이 급감한 것. 트레이시 크라우치 영국 체육 및 시민사회장관은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파쿠르는) 재밌으면서도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스포츠”라며 “적극적인 야외활동을 통해 활동성을 되찾는 스포츠 플랫폼으로서 작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덴마크는 전국에 파쿠르 공원이 200여 개가 설치돼있으며, 미국은 파쿠르 체육관 수가 130개로 집계된다. 김지호 파쿠르제너레이션즈코리아 대표는 “해방감과 탐험 정신, 타인에 대한 배려가 파쿠르 교육의 효과”라며 “자신이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의 영역을 확장해 나감으로써 실제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극복해낼 수 있는 생존 능력도 기를 수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지난달 13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서울시립은평청소년미래진로센터 ‘크리킨디센터’의 파쿠르 클래스에 참여하고 있다. 크리킨디센터 제공

국내에서도 대안학교를 중심으로도 파쿠르 교육이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자유고교학년제 시행 학교인 오디세이학교 ‘하자센터’와 서울시립은평청소년미래진로센터 ‘크리킨디센터’는 지난해부터, 청소년 요리대안학교 ‘영셰프스쿨’은 올해부터 정규 수업과정에 파쿠르를 도입했다. 김진옥 크리킨디센터 기획1팀장은 “대안학교 정기 수업 말고도 매주 토요일마다 ‘모두를 위한 파쿠르’ 수업을 열어 남녀노소 제한 없이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특히 어린 초등학생들과 중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 추가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대안학교에서 파쿠르를 처음 접했다는 이민규(16)군은 “몸이 강해졌다면 정신도 강해져야 한다”며 “파쿠르가 강조하는 것은 이타주의다. 코스를 돌 때 다같이 시작해서 누군가 먼저 끝내도 마지막 사람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배려의 스포츠”라고 역설했다. 현재 학교 밖 청소년인 이군은 파쿠르 코치를 목표로 매일 고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조성훈(15)군도 “친형과 유튜브를 보다가 처음 파쿠르를 알게돼 수업을 들은 지 1년이 넘었다”며 “친구들은 평일에 PC방에 가서 노는데, 밖에서 활동하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어린이부터 60대 노인까지 우리 몸에 대한 이해와 신체성 회복 교육에 파쿠르를 활용 중인 움직임교육연구소 ‘변화의월담’ 문현정 대표도 “스마트폰이 없어도 괜찮다는 안정감과 함께 스크린 밖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는 등 학생들 사이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며 “소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고, 자극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파쿠르는 마음의 벽을 넘어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지난해 10월 12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 활동가역량강화교육 '세상과 내면의 벽을 극복하는 움직임 이야기 <월:담2>'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허리 높이의 레일을 짚고 넘고 있다. 변화의월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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