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게티이미지뱅크

시작은 4월 말 즈음이었다. 독감과 간염이 동시에 유행하며 병원이 붐비던 때였다. 나도 이 유행에 몸을 실었다.

경험적으로, 한국의 노동자에게 허락된 ‘아플 수 있는 기간’은 사흘이다. 어떤 병이든 사흘 안에 나아야 한다. 첫날에는 쾌유를 기원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둘째 날에는 요즈음 이런저런 질병이 유행이라거나 건강이 최고라는 ‘스몰 토크’를 한다. 셋째 날은 아직도 아프냐는 말이 나온다. 넷째 날까지 아프면, 대단히 곤란해진다.

사흘이 지나도 병이 낫지 않았다. 나는 곤란해졌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아야 했다. 그러나 병원에 가도, 증상에 대한 처방을 받는 것 외에 뾰족한 수는 없다. 푹 쉬고 잘 먹어야 낫는다. 세 가지 다 어려우니 마스크를 쓰고 가습기를 틀고 목에 손수건을 감았다. 이 계절 이 날씨에 털신을 신고 따뜻한 물을 계속 마시고 배에 발열 패드를 붙였다. 지방 출장을 가는 날에는 처방받은 약에 더해 지사제 등 있을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했다.

업무 시간을 쪼갰다. 평범하게 10시간을 일하는 대신, 2시간 일하고 30분 쉬고 2시간 일하고 2시간 드러누워 있다가, 목소리가 나오면 일어나 다시 3시간을 일하는 식이었다. 그나마 변호사는 일종의 자영업자라 가능한 방식이었는데, 치유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사흘 내 완치된 시늉은 할 수 있었다.

병가나 휴가를 연속으로 사흘 이상 쓸 수 있는 일터는 많지 않다. 많은 노동자들은 출근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면 금요일이나 월요일에 주말을 끼워 사흘을 확보해 앓아눕는다. 평일에 건강을 이유로 업무를 사흘이나 쉬는 것은, ‘만병 사흘 내 완치’라는 우리 사회의 암묵적 규칙에 대한 반동이다.

거래처에 연락을 했는데 담당자가 아프다고 사흘 이상 연락이 되지 않거나, 업무 파트너가 일주일 병가를 냈으니 그 뒤에 일을 처리하겠다는 말을 듣는 일은 드물다. 거의 항상 “아, 오늘은 안 계신데 내일은 출근하실 거예요”라는 말을 듣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든 사흘 내에 업무에 복귀한다. 안 되면 누군가가 일을 나누어 맡는데, 그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기는 어렵다. 모든 사람들이 건강한 사람의 최대치로 이미 자신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 특성상 일을 분담하기 어려운 사람은 처지가 더 좋지 않다. 애당초 아프지 말아야 한다.

사흘 내 완치 규칙을 어긴 노동자는 어떻게든 대가를 치른다. 그 대가는 좋은 관계일 때는 감사와 사과 인사나 커피 한 잔 정도다. 그러나 직장 내 관계나 근무환경이 썩 좋지 못하면, 병은 직장 내 괴롭힘이나 따돌림, 심지어 실직의 단초가 된다. 업무 중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도, 오른손 골절이라 곧장 권고 사직 압박을 받은 분과 상담을 한 적이 있다. 교통사고 같은 직관적인 사건이 아니라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업무상 스트레스가 병의 원인이었는데도 아프다고 오히려 업무에서 밀려나거나 심지어 징계를 당했다는 내담자가 드물지 않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니 아플 수 있다. 만병이 사흘 내 완치될 수 없는데도, 노동 현장에는 이에 대한 대비가 별로 없다. 모든 사람들이 여유분 없이 일하고 있다. 구조적 대비가 없으니, 개인이 개인을 탓하고 응징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

사실 나 또한 아직도 완쾌하지 못했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모두 당연히 내가 다 나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사흘이 지나도 한참 지났으니까! 나는 내 몸이 사흘 내 완치 규칙 위반 중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 들키기 무서우니까! 월 초에 잠깐 밀렸던 일은 다 처리했다. 주말에도 일을 했으니까! 제대로 낫지 못한 것 또한 당연하다. 충분히 쉬지 못했으니까! 나는 어쩌다 아파버린 내 평범한 몸뚱이를 향해, 오늘도 쾌유를 촉구한다.

정소연 SF소설가ㆍ변호사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