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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권고 못해… 조선일보 외압 확인, 공소시효 지나
2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문준영(왼쪽) 검찰과거사조사위원이 장자연사건 조사 및 심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강요된 접대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문건을 남기고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장자연씨를 둘러싼 진실을 밝히려는 10년만의 시도가 사실상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이 사건을 조사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장자연 문건은 진실하지만, 성접대 대상 이름이 적힌 리스트의 존재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결론 냈다.

과거사위는 20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장자연 리스트’ 사건 조사 및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장씨의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가 2012년과 2013년 장씨 관련 재판에서 “소속 연예인을 폭행하지 않았다”며 증언한 부분에 대해서 김씨를 위증 혐의로 재수사하도록 검찰에 권고했다.

그러나 과거사위는 김씨 이외 관련자에 대해서는 수사 권고를 하지 못했다. 과거사위는 장씨가 남긴 문건에 대해 “문건 자체는 신빙성이 있다고 봤지만 그 내용 모두가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또 “(유일한 목격자로 알려진) 윤지오씨 말고는 문건을 본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이름이 적힌 ‘리스트’가 없다고 진술했다”며 “리스트에 누구 이름이 적힌 것인지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장씨가 성폭력을 당했다는 의혹에서도 수사 권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과거사위는 “단순 강간이나 강제추행은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며 “(공소시효가 살아 있는) 특수강간이나 강간치상 부분은 충분한 사실과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2009년 당시 조선일보 측이 수사 책임자인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을 협박한 의혹도 사실이라 결론 내렸으나, 협박죄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 수사를 권고하지 않았다. 2009년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검ㆍ경 관계자의 수사가 미진했다고 결론 내렸지만, 이 역시 시효가 지나 형사처벌이나 징계를 권고하지 못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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