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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리비아에서 무장세력에 납치됐던 한국인 주모(62)씨가 무사히 석방됐다. 피랍 315일 만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우리 정부의 공조로 일궈낸 값진 성과다. 특히 구출작전 등 군사적 방법이 아닌 다자 국제 외교로 피랍 문제를 해결했다는 측면에서 우리 외교 역량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리비아 피랍 한국인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작년 7월 6일 리비아 남서부 자발 하사우나 소재 수로관리회사인 ANC사 캠프에서 무장괴한 10여 명에게 납치된 우리국민 주 모씨가 피랍 315일 만에 한국시간 어제 오후 무사히 석방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7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작년 7월 6일 리비아 남서부 자발 하사우나 소재 수로관리회사인 ANC사 캠프에서 무장괴한 10여명에게 납치된 우리 국민 주모씨가 피랍 315일 만에 한국시간 어제 오후 무사히 석방됐다”고 밝혔다. 주씨와 함께 피랍된 필리핀인 3명도 같이 석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씨는 석방 당일인 전날 아부다비로 이동했다. 현재 UAE 아부다비 현지 공관 보호 하에 안전하게 머물고 있으며, 18일 귀국할 예정이다. 피랍 기간 동안 수염을 깎지 못해 수염이 긴 상태였다고 한다. 현지 병원에서 1차 검진 결과 건강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빛이 차단된 곳에 갇혀 있어서 시력 문제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석방 당시 ‘315일째 피랍됐다’고 말해, 계속 날짜를 세고 있었단 걸 알 수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고생한 것 같아 미안하고, 문재인 대통령께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리비아에서 납치된 한국인 주모(왼쪽 두번째)씨와 필리핀인 3명 등이도움을 호소하는 영상.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해 7월 6일 주씨 피랍 직후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을 급파하고, 이후 8월 왕건함으로 함정을 교체하는 등 4개월 가까이 우리 함정을 현지에 머물게 했다. 하지만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사건 등에서처럼 군사작전을 벌여 인질을 구출하지는 않았다. 정 실장은 “여러 방법을 검토했지만, 리비아가 현재 내전 중이어서 정세가 특히 불안하며 최근에는 거의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주씨 피랍 지역이 리비아 남부지역이어서 구출 작전이나 심지어 석방을 위한 협상 과정도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군사작전 카드를 쓰지 않은 배경을 설명했다.

2011년 1월 해군2함대사령부가 서해상에서 재연한 피랍 삼호주얼리호선원구출작전에서 무장한 해군 특수전여단(UDT/SEAL)대원들이 해적들이 인질을 잡고있는 조타실로 침투하고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외교부 당국자도 한ㆍUAE 정상회담 직후 “(납치세력과) UAE의 접촉이 3월에 있었다”며 “UAE가 적극 나섰고 역할이 아주 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석방 조건과 관련해선 “상세한 조건은 말하기 어렵지만 납치단체와 석방금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원칙”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번 피랍 사건 해결을 위해 외교부 장관 특사 및 정부 대표단 파견, 한ㆍ리비아 총리 간 전화통화, 주요국 관계자들과의 수시 접촉, 50여 차례의 관계 부처 대책회의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다만 ‘임종석 UAE 특임외교특보나 정의용 실장, 국가안보실 차장들이 이 건과 관련해 UAE에 다녀온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확인이 안 된다”고 답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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