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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진흥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스웨덴의 스톡홀름시립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다시, 책으로
매리언 울프 지음ㆍ전병근 옮김
어크로스 발행ㆍ360쪽ㆍ1만6,000원

미국의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는 어느 날 친구들과 내기를 했다. 단 여섯 단어로 소설 쓰기였다. 친구들은 천하의 헤밍웨이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았으나, 헤밍웨이는 호기롭게 내기를 받아들였다. 승자는 헤밍웨이였다. 소설을 구성한 문장이자 내용은 이랬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팝니다: 아기 신발, 사용한 적 없음).’

여섯 단어로 구성됐지만 장편소설 못지 않은 폭발력을 지닌 문장이다. 왜 신발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을까, 아기는 태어나긴 한 것일까, 아기의 부모는 어떤 심정일까. 문장이 내포한 비극들이 가슴을 두드린다. 앙증맞은 작은 신발의 이미지가 떠오르며 상실감과 죄책감과 옅은 희망을 동시에 자아낸다. 대가의 문장력이 읽은 이의 공감 능력과 만나며 빚어지는 감정들이다. 대가의 글 솜씨만큼 이를 받아들이는 독자도 중요하다.

다른 이의 관점과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학습을 통해서 이뤄진다. ‘다시, 책으로’는 공감이 “깊이 읽기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심오한 혜택”(79쪽)이라고 단언한다. 제목이 예시하듯 책은 읽기 예찬이자 현대인을 향한 경고이다. 하지만 흥에 겨워서나 우려에 젖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다. 독서가 사람의 뇌활동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과학을 바탕으로 차분히 살핀다. 저자는 인지신경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이며 읽기 관련 뇌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다. 책이 품은 주장을 사라져가는 독서문화에 대한 미련으로 치부할 수 없다.

책에 따르면 사람은 학습을 통해 뇌회로를 형성한다. 어떤 단어와 문장의 해석은 뇌회로를 통해 이뤄진다. 어떤 단어가 예상하지 못한 뜻으로 쓰이면 뇌는 정지 반응을 보인다. 어떤 의미로 쓰인 것인지 해석하려 하고, 이를 학습하려 한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문해력은 그렇게 길러진다. 문해력은 인류가 후천적으로 얻은 가장 중요한 성취 중 하나다.

디지털 매체를 통한 읽기는 무엇이 문제일까. 디지털 매체의 엄청난 정보는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깊이 있는 사고를 저해한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UCSD) 조사에 따르면 한 사람이 하루 동안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소비하는 정보의 양은 34기가바이트다. 영어 단어 10만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사람들은 많은 정보량을 효율적으로 소비하려 하게 된다. 디지털 매체에 담긴 문장은 건너뛰며 읽게 되고, 이는 습관이 돼 책을 읽을 때도 듬성듬성 보게 된다. 비판적 사고와 반성, 공감과 이해 등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미덕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고 책은 주장한다.

책의 원제는 ‘Reader, Come Home(독자여, 귀가하소서)’이다. 디지털 매체에 홀려 독서라는 집을 뛰쳐나간 독자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라는 호소다. 저자는 독자들이 집에 돌아오면 좋겠다는 간절함을 담기 위해 편지 형식으로 글을 썼다. 여러 고전을 인용하고 많은 작가들의 독서에 대한 단상을 언급하며 간곡하게 부탁한다. 다시, 책을 읽으라고. 제발.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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