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배송에 가려진 택배 노동자의 고된 노동을 들추다

입력
2019.05.16 15:41
수정
2019.05.16 21:5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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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대기

이종철 만화

보리 발행ㆍ284쪽ㆍ1만5,000원

‘새벽배송’ ‘총알배송’ 등 밤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집 앞에 상품이 배송되는 한국의 마법 같은 물류 시스템. ‘까대기’는 그 이면에 감춰진 택배 노동 현장을 생생하게 그린 리얼리즘 만화다. 만화가 이종철이 6년간 택배 회사 5곳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리고 썼다. 그의 담당은 물건을 내리고 정리하는 작업을 말하는 ‘까대기’였다.

택배 노동자는 아파도 쉴 수 없다. 하루 쉰 다음날 쏟아지는 택배 물량을 감당하고 고객 불만으로 벌점을 받느니 꾸역꾸역 출근한다. 이들에게 김장철이란 수십 ㎏의 절임 배추와 김장 김치가 그야말로 생사를 위협하는 시기에 불과하다. 만화 속 택배 노동자들은 식당을 하다 폐업한 부부, 20대에 아빠가 된 전직 유도선수, 명예퇴직한 은행원, 도박의 늪에 빠진 회사원 등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이다. 만화는 택배 노동자가 열악한 처우를 감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현실도 슬쩍 보여 준다. 만화 형식이라 술술 익히지만, 읽고 나면 인터넷으로 택배를 주문하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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