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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서울 야경코스
남산에 도착한 서울시티투어버스에서 탑승객들이 내리고 있다. 고영권 기자

“서울시티투어 야경버스 탑승을 환영합니다. 낮과는 또 다른 서울의 매력을 느껴보세요.”

4월의 마지막 날 오후 7시 30분. 어스름이 내려앉자 도시에는 시나브로 빛이 스며들었다. 서울 청계광장 소라탑 맞은편에서는 서울시티투어버스인 ‘하이데크 오픈탑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강을 품에 안고 달리게 될 이 버스는 이미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통유리로 되어있는 운전석 전면부를 제외하고 뒷자리의 천장이 개방돼 있어 버스가 움직이자 봄바람이 그대로 느껴진다. 버스는 곧 덕수궁 앞을 지났다. 탑승객들은 저마다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꺼내들어 사진을 찍기 바빴다.

하룻동안 서울의 주요 명소를 둘러 볼 수 있어 관광객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서울시티투어버스는 시의 한정 면허를 받은 2개 민간 여행사가 6개 노선을 운영 중이다. 덕수궁ㆍ창경궁ㆍ창덕궁ㆍ경복궁을 비롯한 서울의 옛궁과 청와대를 들르는 도심고궁 노선, 상가가 밀집한 강남역과 코엑스ㆍ가로수길ㆍ압구정로데오 등을 경유하는 강남투어 노선, 통인시장ㆍ동묘ㆍ도깨비시장 등을 지나는 전통문화 노선 등이다. 이중에서도 낮과는 또 다른 서울의 풍광을 선사하는 야경코스는 반응이 뜨거운 인기노선이다.

여의도 63빌딩의 야경. 서울시티투어버스 제공

강북 도심에서 출발한 버스는 한강으로 향해 내달렸다. 10분쯤 달리자 국회의사당과 63빌딩이 시야에 들어왔다. “벚꽃이 만개하는 4~5월 고수부지 앞길에서 국회 안 연결 통로가 개방되면 눈처럼 흩날리는 꽃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봄날의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버스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왕벚나무가 여의서로 일대를 뒤덮는 4월 초면 매년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가 열려 상춘객을 맞는다.

서울시티투어버스 야간코스에 참여한 관광객이 버스 밖 풍경을 휴대전화에 담고 있다. 고영권 기자

버스는 한강변을 따라 서강대교에 닿았다. 야간조명이 설치돼 있지 않은 서강대교는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인근 밤섬 생태계 보호를 위해 야간조명을 달지 않았다는 안내가 나왔다. “밤섬은 도심에서 보기 드문 철새 도래지로 인정받아 생태계보존지역으로 지정됐으며 여의도철새조망대와 한강유람선을 이용하면 철새들의 겨울나기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티투어버스에 탑승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개별 좌석마다 설치된 음성안내기에 이어폰을 꽂아 안내 메시지를 듣고 있다. 고영권 기자

서울시티투어버스는 전세계에게 몰려든 관광객을 겨냥해 12개 언어로 오디오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개별 좌석에 설치된 음성안내기에 이어폰을 연결해 다음 행선지에 대해 상세히 알려준다. 서울의 역사에 대한 꼼꼼한 안내도 이어졌다. “강북은 구도심, 강남은 현대화된 도시로 구성돼 있습니다. 강남은 1860년대 서울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1970년대 개발된 신도시로 원래는 논밭이었으나 한강대교가 건설되면서 강남을 지나는 경부고속도로가 생기고, 명문학교가 이전하면서 큰 발전을 거듭하게 됐습니다.”

한강 야경. 서울시티투어버스 제공

안내멘트와 함께 버스는 한강대교로 향했다. 한강 최초의 인도교로 1917년 처음 건설된 한강대교가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어느새 해는 자취를 감추고 어둠이 깔렸다. “교량 모습을 터널로 형상화하고, 은은한 바닷속 분위기와 햇볕 받아 반짝이는 맑고 투명한 바다를 표현했다”는 게 오디오가이드의 설명이다. 한강대교 중간에 위치한 노들섬은 숲이 있는 배의 형상으로 조명이 연출됐다.

퇴근길과 맞물리며 서행하던 버스는 곧 동작대교와 만났다. “바로 앞에 보이는 동작대교는 자동차와 전철이 같이 통행하는 복합교로, 교량폭이 40m로 한강 다리 중 가장 넓습니다.” 마치 하늘과 구름다리의 형상으로 동작대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매 지점마다 자유롭게 승ㆍ하차할 수 있는 씨티투어버스 주간코스와 달리 야간코스는 코스 중 딱 한 군데에서만 정차한다. 2층버스의 경우 남산에 올라갈 수 없어 동작대교나 세빛섬에서 30분간 차를 세우고 포토타임을 준다. 이날 운행한 오픈탑버스는 동작대교를 지나쳐 달렸다.

달빛무지개분수쇼가 펼쳐지고 있는 반포대교. 출처 서울시 홈페이지

달빛무지개분수쇼로 유명한 반포대교 아래로는 유람선 두 대가 유유히 지나가고 있었다. 일렁이는 강물 위로 불빛이 반사되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반포대교는 1층의 잠수교와 2층 반포대교로 이뤄진 우리나라 최초의 2층 교량이다. “이곳에선 수평선에 떠오르는 웅장한 해돋이를 형상화한 조명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반포대교 상단의 380개 노즐에서 뿜어내는 물줄기가 무지개빛을 띠며 약 20m 아래 한강 수면으로 떨어지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이날은 버스가 지나던 시점과 분수쇼 시간이 맞지 않아 볼 수는 없었다. 총 길이 1,140m로 세계에서 가장 긴 교량 분수로 기네스협회에도 등재된 달빛무지개분수는 4~6월과 9~10월에는 낮 12시와 오후 7시30분부터 9시까지 30분마다 물을 내뿜는다. 7~8월에는 낮 12시, 오후 7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쇼가 펼쳐진다.

서울시티투어버스가 반포대교를 지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차창 밖으로 반포대교와 동작대교 사이에 위치한 반포한강공원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반포한강공원은 서울시민의 대표적인 휴식처다. 매년 5월에는 노란 유채꽃과 푸른 한강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을에는 메밀꽃 축제와 밤도깨비야시장이 열리고 근처 세빛섬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세빛섬 전경. 서울시티투어버스 제공

한강 위에 떠 있는 건축물이 바로 세빛섬이다. 한강 야경 명소로 손꼽히는 세빛섬은 세계 최초로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부체(浮體) 위에 건물을 짓는 플로팅 형태의 건축물이다. 서울의 중심인 한강에 색다른 수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랜드마크다. 2014년 선보인 복합 문화 공간으로, ‘영화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등장해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160여가지 이상의 수준 높은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뷔페 레스토랑과 수상레저시설 등이 있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N서울타워의 야경. 서울시티투어버스 제공

멀리 남산 위 N서울타워가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봄바람을 가르며 버스는 동호대교와 성수대교를 지나 올림픽대로로 들어섰다. “한남대교를 넘어서 남산타워로 올라갑니다.” 버스기사 동주영씨의 안내다. “한남대교는 강남ㆍ북을 연결함에 동시에 경부고속도로와 곧바로 이어져 서울과 지방을 하나로 연결하는 중추적 역할을 합니다. 역사의 축인 한강 흐름과 공간의 축인 경부고속도로가 서로 어울려 융화되는 모습을 조명으로 연출했습니다.”

강북으로 진입한 버스는 오후 8시 30분쯤 N서울타워 목전에 도착했다. 동씨가 영어와 일어로 오후 9시까지 꼭 버스에 탐승하라는 안내를 거듭 했다. 포트타임으로 30분을 준다.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N서울타워와 그 뒤로 펼쳐진 서울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9시가 되자 버스는 어김없이 출발했다.

울시티투어버스 야경코스 노선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N서울타워를 지나면 이날 일정의 90%는 끝난 셈이다. 버스는 남대문 시장을 지나 하차지점인 청계광장으로 향한다. 남대문시장 역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민속공예품부터 식품, 일용잡화, 수입된 해외명품까지 거의 모든 일상용품이 총집결 되어있다. “자정 이후에는 새벽 도매시장이 형성되는데 전국에서 올라온 소매상인들의 활기찬 모습과 거래와 흥정으로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관광특구로 지정된 북창동과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신세계백화점 등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서울시티투어버스(구 허니문여행사)의 곽태수 이사는 “서울의 야경을 충분히 다 보여드리기 위해 여의도부터 성수대교까지 한강을 끼고 달리는 코스”라며 “한강다리마다 다 다른 조명을 연출해 손님들의 반응이 특히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티투어버스는 2000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6개 노선에서 지난해 말까지 19만4,293명이 서울을 유람했다.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도 사랑하는 관광코스다. 탑승객 중 내국인은 12만2,169명, 외국인 7만2,124명이다.

야경코스 가격은 성인 1만5,000원. 소인 9,000원이다. 5세 미만 어린이는 무료다. 홈페이지(seoulcitybus.com)와 전화(02-777-6090)로 예약한 후 출발지에서 표를 받으면 된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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