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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지자체, 버스 주52시간 문제 작년 3월부터 알고도 방치 
 300인 미만 사업장 내년 1월 적용… 파업 불씨 악순환 우려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마라톤 협상 끝에 파업 결정을 철회한 15일 오전 서울역버스종합환승센터에 버스가 줄지어 들어오고 있다. 뉴스 1
 

#. 지난해 7월 6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잠실광역환승센터로 ‘출퇴근혼잡완화방안’ 관련 현장방문을 나섰다. 서울시와 경기도 교통담당자도 함께였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정부는 내년 7월 버스업계의 주52시간 근로단축에 선제 대응해 연말까지 노사와 버스 준공영제 전국 확대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뿐이 아니다. 작년 11월 국토부는 ‘노선버스의 장시간 운전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의 권고에 “연말까지 준공영제 확대, 종사자 처우개선, 운전인력 양성체계 고도화 등을 마련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처럼 정부는 이미 작년부터 주52시간제 시행에 따른 문제점과 개선대책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1년 중 거의 364일간 대응 필요성만 강조할 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다 버스파업 현실화 위협과 비난 여론이 비등해진 지난 14일을 전후한 사실상 하루 사이에 부랴부랴 세금 투입에 기댄 땜질식 대책을 발표한 셈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대처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비슷한 상황마다 비슷한 악순환이 반복될 거란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예고된 대란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버스파업 사태는 작년 3월부터 예고돼 있었다. 노선버스는 원래 노동시간 제한 예외업종이었지만, 정부는 지난해 3월 버스기사의 삶의 질 향상과 승객 안전을 이유로 노선버스에도 주 52시간제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버스 업종의 300인 이상 사업장은 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이후 임금감소 우려로 등 각 지자체 버스 기사들의 반발이 고조되면서 교통정책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고용부, 버스 노사는 그 해 5월31일 ‘노선버스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노사정 선언문’에 합의했다. 정부가 버스기사 임금 보전과 신규채용을 위한 재정ㆍ행정적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당시 부속합의서에는 ‘노선버스 운임체계 현실화 등 적정 수입구조 확보 방안을 2018년12월31일까지 마련한다'는 내용과 함께 ‘준공영제 확대’ 방안도 들어 있었다. 이후 정부는 민관합동위원회인 ‘버스 산업 발전 협의회’를 출범시키고, 주 52시간제로 발생할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또 2015년 이후 동결된 버스요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지자체 설득도 이어갔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해 9월에는 “52시간제로 임금이 줄었다”는 버스 노조의 반발로 경북 포항시 109개 노선 버스가 모두 멈춰 섰고, 올해도 경남 진주를 시작으로 경기 오산, 수원 등에서 길고 짧은 파업이 이어졌다. 사실상 지난 1년간 숱한 ‘액션’과 ‘위협’에도 뚜렷한 대책은 없이 공전만 거듭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정부와 노사, 지자체간 협의에 적극 참여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귀뜀했다.

정부는 오히려 최근까지 “이번 버스파업은 주 52시간제와 관련이 없다”고 발뺌하기 바빴다. 1년의 시간을 허송한 책임론에 대해서는 “버스 관리감독은 지자체의 권한”이라며 한 발 떨어진 자세만 보였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등은 “정부 재정 지원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공을 정부로 넘겼다. 특히 “서울시의 동참 없이 경기도 단독으로 요금을 올릴 수 없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였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버스 파업을 하루 앞둔 14일 시민들의 부담 가중은 뒤로 한 채 정부와 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요금 인상을 결정했다.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은 “정부에 버스업체 근로자들 임금 감소 문제를 지적하고 대책을 촉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책임 전가로 문제를 꼬이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파업 예고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는 등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그제서야 버스업계에 대한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 확대 방안을 포함한 대책을 내놓으며 전면에 나섰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제도 변경으로 인한 부담을 누가 어떻게 나눌지 등을 미리 합의하고 공론화 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충분하지 못했다”며 “결국 이해 당사자간 문제를 떠넘기며 허송세월 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버스파업 사태 관련 일지. 그래픽=강준구 기자
 ◇꺼지지 않은 불씨 

문제는 파업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특히 내년 1월부턴 300인 미만 버스 사업장도 노동시간 단축에 들어가는데, 재정이 열악한 곳이 많아 주 52시간제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임금보전과 인력충원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번처럼 충분한 합의 없이 수수방관한다면 결국 또 '네 탓' 공방만 벌이다 막판에 시민의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이 재연될 것이란 게 버스업계의 시각이다.

전국적으로 시내버스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경기지역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전체 버스 업체 64곳 중에 35곳이 50~300명 미만 사업장으로, 절반(54%)이 넘는다. 이번에 파업을 예고한 15개 업체 수보다 훨씬 많다. 인천도 전체 32개 업체 중에 30곳이 50인 이상 300인 이하 사업장이다. 충남은 14곳이 있고, 대구지역은 26곳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185개 사업장의 근로자 7,600여명이 내년부터는 주 52시간 적용을 받게 된다.

이들 업체 근로자 모두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근로 시간 단축(68→52시간)으로 근무일수가 한달에 3.3일 줄어 임금 보전 요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버스노조는 52시간제로 근로자들이 임금이 월 50만원정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52시간제에 따라 인력 충원도 시급하다. 이번에 파업을 예고한 300인 이상 사업장과 모든 점에서 닮아 있는 것이다.

이렇듯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만, 지자체에선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300명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임금 문제 등에 대해 현재 특별한 대비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다만, 이번 버스 요금 인상으로 노사 협상의 기반은 마련됐다”고 말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다. 용인에 사는 이상원(49)씨는 “버스 파업이 예고된 뒤에도 문제 해결이 늦어져 혼란스러웠다”며 “향후 비슷한 사태가 벌어진다면 정부와 지자체, 버스 노사 모두를 불신하게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사회적 합의나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으면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이번 해결 과정에서 정부는 왜 버스요금을 200원을 올리고 준공영제를 시행해야 하는지, 정부 재원이 얼마나 소요되는지에 대해 충분한 설명 없이 밀어붙였다”며 “다른 버스뿐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문제가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이번 사태는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인 셈”이라고 경고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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