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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학부모 동의’ 공문 발송
“서면 동의서 받으란 것이 아니라
안정적 보육 위해 부모에 고지”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고양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보육교사 윤모(30)씨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보이는 것 같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쓰기로 결심했다. 이 제도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근로자가 육아휴직 대신 1년 이내의 기간 동안 주당 15시간 이상 30시간 이내에서 일할 수 있는 제도로, 보통 육아를 위해 출근 시간을 늦추거나 퇴근 시간을 앞당기는 식으로 사용한다. 법(남녀고용평등법, 일ㆍ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으로 보장된 제도이지만 원장은 윤모씨에게 ‘정해진 절차’라며 “학부모들의 동의를 구해오라”고 했다. 윤씨는 “육아휴직을 썼다간 원장이 그만두라고 할까 근로시간 단축을 한다고 했는데, 이 제도를 쓰려면 사업주인 원장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동의까지 얻어야 한다니 난감할 따름”이라고 털어놨다.

15일 보건복지부와 전국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3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어린이집 담임교사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사용하려면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 보냈다. 담임교사의 경우 원칙적으로 관련 제도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업무공백 시간을 대체할 교사를 배치하는 경우에는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대체교사로는 국비지원 보조교사나 시간 연장반 교사가 아니라 ‘정규인력’이 필요하다고 못박았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사용하는 교사가 나오면, 어린이집은 추가로 신규 채용을 하거나 기존 인력이 추가적인 업무를 해야하는 셈이다. 서울 용산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 이모(52)씨는 “근로시간을 줄이겠다고 보조도 아닌 정규 교사를 하나 더 뽑는 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라며 “그럴 바엔 아예 선생님을 바꾸는 게 아이들 적응에도 낫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노동시간을 줄이라는 추세라 기존 교사들에게 그 시간을 대신 맡아달라고 하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백경순 복지부 공공보육팀장은 해당 공문에 대해 “이전에는 담임교사의 경우 아예 관련 제도를 쓸 수 없었다”면서 “담임교사도 육아기에 근로시간 단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지침으로 절차를 규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학부모의 동의는) 아이를 맡기는 부모가 안정적인 보육을 위해 교사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반드시 서면으로 받아야 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복지부의 설명에도 현장의 보육교사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난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이용한 근로자는 3,820명으로 전년(2,821명) 대비 무려 35.4%가 늘었다. 그러나 ‘돌봄 공백’을 막기 위해 일하는 보육교사들에게는 자신의 자녀를 돌볼 권리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셈이다. 보육교사들은 유치원의 경우 교사가 관련 제도를 쓰는데 제약이 없다며 형평성 문제도 제기한다. 국ㆍ공립 유치원 교사들은 국가공무원 복무 규정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이나 자녀돌봄 휴가를 쓸 수 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1ㆍ2지부 관계자는 “행정부처인 복지부가 법으로 보장된 권리의 사용 요건을 만들어 내는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초법적ㆍ불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쓰는 보육교사는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라면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부모에게 동의를 받으라는 것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사용하지 말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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