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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복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수 등 대학 소속 연구자들의 미성년 공저자 등재, 와셋(WASET) 등 부실학회 참가 문제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와 조치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교육부가 2007년 이후 10년간의 논문을 조사한 결과, 전국 50개 대학 87명의 교수가 139편의 논문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것으로 13일 드러났다. 부정한 논문 공저자로 확인된 교수 자녀는 총 8명으로 6명은 국외 대학에 진학했고, 2명은 국내 대학에 진학했다.

이번 조사는 2017년 11월 서울대 교수가 고1 아들을 논문 공저자로 올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것이 발단이다. 당시 문제가 된 서울대는 자체 검증 결과를 지난 10일에야 교육부에 제출했는데, 미성년자가 공동 저자인 논문이 47건이나 됐고, 그 중 교수의 자녀가 등재된 논문도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립대학이자 국내 최고 대학으로서의 위상을 실추시킨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교육부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교수들의 삐뚤어진 자녀 사랑‘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성균관대 교수가 자녀 논문을 위한 실험에 대학원생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들의 자체 조사는 부실했다. 대학들은 자녀 등재 논문 중 127건에 자녀가 실제 참여했다고 판정했으나, 교육부 확인 결과 85건의 검증에 문제가 있었다. 징계도 솜방망이에 그쳤다. 국가연구개발사업 1년 참여 제한, 연구비 환수, 서면 경고가 고작이었다. 교수의 윤리의식도, 대학의 감시ㆍ감독 기능도 모두 마비 상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함께 발표된 부실학회 참가 실태 조사도 우리 교수 사회의 파렴치한 행태를 보여준다. 조사 결과, 최근 5년간 돈만 내면 심사 없이 논문을 발표할 수 있는 부실학회에 참석한 교수가 90개 대학, 574명에 달했다. 한 교수는 이런 부실학회에 11회 참가하면서 3,300만원의 정부 연구비를 쓰기도 했다. 이 역시 지난해 7월 언론의 보도가 없었다면 지금도 당연한 관행으로 계속됐을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 연구 시스템 마비 상황에 대한 대책으로 ‘대학 연구윤리 확립’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내 최고 지성들로 대우받는 교수 사회가 ‘연구윤리’를 몰라 이런 행태를 보였을 리 없다. ‘교수는 평범한 윤리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특권 의식이 비윤리적 행동을 제어하지 못한 근본 원인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정확한 조사를 거쳐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것뿐이다. 대학의 도덕적 타락이 사회 전체의 뿌리를 병들게 만들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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