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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마루야마 겐지(왼쪽)는 "죽은 것이나 다름 없는 오늘날의 문학계에 구세주"가 되어줄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를 염원한다. 바다출판사 제공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마루야마 겐지 지음ㆍ김난주 옮김

바다출판사ㆍ212쪽ㆍ1만 3,000원

마루야마 겐지의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저자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어떻게 하면 소설가가 될 수 있는지를 알려 주는 친절한 안내서는 아니다. 소설이란 무엇이어야 하는지 본질을 짚고, 어렵고도 외로운 소설가의 길을 묵묵히 걸을 각오가 돼 있는지를 매섭게 묻는 책이다.

겐지는 고독과 은둔의 작가다. 생애 처음 쓴 작품으로 아쿠타카와 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뒤 문단과 일절 선을 긋고 문학상도 거부한 채 소설에만 몰두했다. 그런 그가 기다리는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란 소설을 동경하거나 지망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 정도 수준을 문학이라 할 수 있는가” 의심하고, “이런 건 문학이 아니다”라고 결연하게 부정하고, 결국에는 스스로 펜을 들고 “죽은 것이나 다름 없는 오늘날의 문학계의 구세주”가 되기 위해 나서는 사람이다.

“문학은 그들(문학을 망치는 한심한 기성 소설가들)에게 죽임을 당할 만큼 한심한 예술이 아니다”고 일갈하는 노작가의 선연한 결기에 책 읽는 자세를 바로잡게 된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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