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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사건’에 연루된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19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이한호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 및 성폭력 사건의 핵심인물로 체포된 건설업자 윤중천씨 측이 검찰의 ‘별건수사’를 공식적으로 문제삼았다. 이로써 윤씨의 개인비리를 꼬투리 삼아 인신을 구속한 뒤 본류인 김 전 차관 사건을 압박해 가겠다는 검찰의 수사방식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법원에 청구한 영장 범죄사실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공갈 등 5개 범죄사실이 적시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우선 윤씨는 동인레져가 추진하던 강원도 홍천 회원제 골프장 개발과 관련해 “인허가를 받아주겠다”며 10여억원의 회삿돈을 가져다 쓴 혐의(사기 및 알선수재)를 받는다. 건축규제를 풀어 주상복합사업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며 2017년 11월~2019년 5월 자신이 대표로 있던 건설업체 D사로부터 2억원에 가까운 주식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약 5,000만원을 챙긴 혐의(사기)도 영장에 적혔다.

윤씨 측에서는 영장청구서에 적시된 대다수 혐의들이 수사의 본류인 김 전 차관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날 윤씨에 대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참석한 윤씨 측 변호인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맞지만 관련 사건도 아닌 개인사건으로 신병을 확보하고, 본 사건의 자백을 받으려는 것 밖에 더 되는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일단 구속을 시킨 다음 윤씨를 압박한 뒤, 김 전 차관 관련 자백을 이끌어 내려 하는 검찰의 의도를 비판한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이 같은 별건수사 지적에 문제의식을 함께 하고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 사건처럼 중대한 헌법 위반이 있는 것도 아닌데, '먼지털이식 수사'가 결국 재현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주변 인물들을 먼지털이식으로 조사하며 망신을 줬던 것이 별건 수사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된다.

다만 이번 김학의 사건처럼 시간이 오래되고 입증이 쉽지 않은 사건의 경우,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불가피하게 쓰일 수밖에 없는 ‘수사기법’이라는 옹호론도 있다. 별건 역시 범죄이고 수사기관이 본류와 다르다고 해서 이를 덮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는 반론이다. 또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법집행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검찰 간부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김 전 차관 관련 의혹을 명백히 밝히기 위해선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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