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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일괄 매각ㆍ박삼구 M&A 개입 여지 차단… 채권단 지원 급물살 전망
[저작권 한국일보]금호의 수정 자구안에 담긴 아시아나 항공 매각 계획_김경진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항공 관련 자회사들까지 포함해 통으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자구계획안을 퇴짜 놓은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강력한 압박에 박삼구 전 회장이 향후 매각과정에 개입할 여지도 이중삼중으로 차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과 채권단도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여,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채권단 지원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 이사회 등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즉시 매각하는 방안 등을 담은 수정 자구안을 제출했다. 지난 11일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한 목소리로 기존 금호 측의 자구안에 대해 “미흡하다”고 일침을 가한지 나흘 만이다.

수정 자구안에서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아시아나항공이 지분을 갖고 있는 에어부산(44.17%), 아시아나IDT(76.25%), 에어서울(100%) 등 자회사를 한꺼번에 판매하는 ‘통매각’ 방식을 제시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사업 등 각종 항공 연관 사업과 연결돼 있는 만큼 통매각으로 인수합병(M&A) 과정에서의 혼란과 잡음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분 매각의 방식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구주(舊株)와 함께, 이를 매입하는 인수자가 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지분을 더 늘리는 형식이다. 역시 박삼구 회장 일가가 아시아나항공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뗌과 동시에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여기에 금호 측은 인수자에게 △구주에 대한 동반매각요청권(Drag-alongㆍ드래그얼롱) 및 아시아나항공 상표권 확보 등 권리도 보장하기로 했다. 드래그얼롱은 ‘1대 주주의 다른 주주에 대한 동반매각요청권’을 뜻하는데,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서는 금호 측이 매각 의사를 번복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로 활용될 전망이다. 채권단은 또 지난 2017년 금호타이어 매각 당시 상표권 분쟁으로 홍역을 앓은 경험을 감안해 사전에 아시아나항공 상표권도 확보해 두기로 했다.

이런 수정 자구안에 대한 대가로 금호 측은 앞서 요구한 대로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한 5,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다시 요청했다. 이에 채권단은 금호 측 요구를 수용할지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회의를 소집했다. 채권단은 회의 후 “(금호 측의 수정 자구안을)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매각절차 진행 중 유동성 부족, 신용등급 하락 등 시장의 우려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금호 측이 요청한 5,000억원을 영구채(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일정 이자만을 영구히 지급하는 채권)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 등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수정 자구안에 대해 “금호 측이 회사를 살리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므로 채권단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자금지원 규모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패키지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정확한 금액을 말씀드릴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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