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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서 20년간 최정상급 좌타자로 활약하며 ‘국민우익수’라는 별칭을 얻은 이진영이 은퇴 후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 합니다. <한국일보>는 격주 화요일자에 ‘이진영의 오하요! 센다이’를 연재해 그가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코치 연수를 하며 겪는 체험을 생생하게 전할 예정입니다.
같은 숙소에 사는 히메네스(오른쪽)와 전철을 타고 종종 함께 출근한다.

일본에 오고 정신 없이 열흘이 지났다. 야구장에 출근한 첫 날부터 펑고(방망이로 연습 타구를 쳐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코치의 업무)를 치라는 ‘엄명’이 떨어졌다. 잔류군(라쿠텐은 3군 제도가 없고 2군을 경기조와 잔류군으로 나눈다)에 야수코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번도 쳐 본 적 없어 앞이 캄캄했지만 선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30분 가량 되는대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다행히 모두들 진지하게 임해줬고, 그런 모습을 보니 더욱 열의가 생겼다.

사흘 전엔 원정에서 돌아온 2군 선수단과 상견례를 하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구리하라 겐타 2군 타격코치로 그와 나는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양국 대표팀 선수로 출전했다. 구리하라 코치는 반가워하며 “그 때 한국이 우리에게 이기고 마운드에 태극기 꽂았던 거 기억 난다”고 웃었다. ‘WBC 동지’가 한 명 더 있었다. 2006년 1회 대회 일본의 우승 멤버로 지바 롯데에서 뛰다가 2015년 라쿠텐으로 이적한 베테랑 3루수 이마에 토시아키다. 일본에서 꽤 유명한 선수인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지금 2군에 있다고 했다. 영광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두 번의 WBC 출전 경험이 이렇게 다시 좋은 인연으로 이어질 줄 몰랐다.

2군 구장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1군 홈 경기장.

라쿠텐은 젊은 팀이다. 2군 감독은 44세, 1군 감독은 나와 같은 1980년생이다. 단장은 나에게 현역 생활을 오래할 수 있었던 노하우와 타격 기술 등에 물어보면서 2군의 어린 선수들에게도 공유해달라고 했다. 곧 유니폼이 나오면 감독의 배려로 경기도 더그아웃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모두들 큰 환대를 해 줘서 어색함은 금세 풀렸고, 앞으로 펼쳐질 연수 생활에 의욕이 생긴다.

참, LG팬들이 반가워할 얼굴도 있다. 2015년부터 LG에서 함께 뛴 루이스 히메네스다. 부상으로 2017년 시즌 도중 한국을 떠났고, 올 시즌 육성선수로 라쿠텐에 입단했다. 히메네스는 워낙 장난꾸러기라 친하게 지냈다. 그는 나의 은퇴를 아쉬워했고, 나는 빨리 몸을 만들어서 1군에 올라가라고 격려해줬다. 거처로 마련한 숙소가 용병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인데 히메네스는 마침 바로 위층에 산다. 타지에서 의지할 친구가 생겨 마음이 풍요롭다.

눈 내린 라쿠텐 2군 경기장.

선수 시절 일본 각지를 돌아다녔지만 센다이는 처음이다. 한국은 꽃샘추위가 물러갔다는데 여긴 최근 폭설이 내릴 정도로 추운 곳이다. 내가 일하는 2군 구장은 숙소에서 전철과 택시를 번갈아 타고 약 40분 거리다. 한국에서도 지하철을 타 본 적이 없던 나는 교통카드부터 구입해 ‘생존 모드’에 돌입했다.

전 KTㆍLGㆍSK, 야구대표팀 전력분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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