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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9ㆍ11 테러영상 짜깁기로 무슬림 의원 공격… 미국 정가 발칵

입력
2019.04.14 21:41
16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9ㆍ11 테러 장면과 무슬림인 일한 오마르 민주당 하원의원의 연설 모습을 교차 편집해 트위터에 올린 영상의 한 장면.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9ㆍ11 테러 장면과 무슬림인 일한 오마르 민주당 하원의원의 연설 모습을 교차 편집해 트위터에 올린 영상의 한 장면.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ㆍ11 테러 영상과 민주당 소속 무슬림 하원의원의 연설 모습이 교차하도록 편집한 영상을 트위터에 올려 미국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끔찍한 테러를 정쟁의 도구로 활용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발단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43초짜리 편집 동영상이다. 이 영상은 일한 오마르(미네소타) 하원의원이 한 행사장에서 9ㆍ11 테러와 관련해 “일부 사람들이 뭔가를 저질렀다”고 언급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그 사이사이에 테러 당시 항공기가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과 충돌해 폭발하고 사람들이 대피하는 광경을 삽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1년 9월 11일, 우리는 기억합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끝나는 이 영상을 트위터에 게시하면서 “우리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게시물을 자신의 메인 트윗으로 맨 위에 고정했고, 이틀만에 900여만명이 시청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리트윗 횟수도 8만2,000건에 이른다. 로나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도 오마르 의원이 9ㆍ11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며 “일한 오마르는 반유대주의자일 뿐만 아니라 반미주의자”라고 맹비난했다.

그러자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특히 2020년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차기 주자들이 앞장서서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오마르 의원을 옹호하고 나섰다.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오마르는 용기 있는 지도자로 트럼프의 인종주의와 분노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그를 향한 역겹고 위험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도 “대통령이 현역 여성의원을 상대로 폭력을 선동하는 건 역겹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은 “9ㆍ11에 대한 기억은 성역이며 그에 관한 어떤 논의도 경건하게 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은 9ㆍ11의 고통스러운 이미지를 정치공세에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오마르 의원은 소말리아 난민 가정 출신으로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사상 최초로 미 연방의원에 당선된 2명의 무슬림 여성 중 한 명이다. 지난 2월 유대인 로비 단체를 비난했다가 ‘반유대주의’ 역풍을 맞고 사과한 전력이 있어 보수 진영의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발언은 지난달 23일 한 무슬림 인권단체 행사에서 그가 “우리(무슬림)는 너무 오랫동안 ‘2등 시민’이란 불편함 속에 살았다”면서 9ㆍ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에서 무슬림에 대한 차별이 심해졌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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