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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는 “낙태는 무고한 생명 죽이는 죄” 반발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열린 노동당ㆍ녹색당ㆍ사회변혁노동자당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결정에 여성계는 환호했다. 11일 헌재 앞에서 결정을 기다리고 있던 여성ㆍ인권단체들은 “국가에 의해 불법화되던 여성의 몸이 합법화되는 순간이다”면서 격정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낙태죄 존치를 주장하던 종교ㆍ시민단체는 낙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여성ㆍ인권 등 23개 단체가 모여 결성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이날 공식입장문을 통해 “경제발전과 인구관리 목적에 따라 여성을 통제하고 태아를 우생학적으로 선별, 차별해온 역사가 바로 낙태죄”라면서 “결코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형법과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헌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여오며 열성적으로 낙태죄 폐지를 주장해온 공동행동 참가자들은 헌재 앞에서 사실상 낙태 폐지 소식을 듣고 기쁨의 고함을 지르거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낙태죄에 대한 판단이 내려진 헌재 앞에서는 이날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공동행동 측과 낙태죄 존치를 주장하는 단체들 사이에 뜨거운 장외전이 펼쳐졌다. 이들은 오전부터 각각 헌재 정문 우측과 좌측에 운집해, 팻말 시위와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낙태죄폐지반대시민연대’ 등은 헌재 선고 소식에 한동안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시민연대 측은 입장문을 통해 “헌재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에도 헌재 결정과 관계 없이 태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맞불집회’를 연 낙태죄폐지반대국민행동 단체 회원이 아이를 안은 채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천주교와 기독교 등 종교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헌재 결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놨다.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은 입장문을 통해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린 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낙태는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직접 죽이는 죄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도 “엄마의 모체에서 성장하는 태아는 국가와 개인이 보호해야 할 생명이다. 여성의 건강과 출산권을 지키기 위해 현행법은 유지돼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낙태 찬반 논쟁과 별개로 낙태 시술 의사에 대한 처벌을 반대해 온 의료계는 헌재 선고를 계기로 모자보건법 개정도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모자보건법은 1973년 제정돼 이후 발전한 의료기술이나 전문가 의견이 반영돼 있지 않다”면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정해명 코리아타임스 기자 hmjung@korea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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