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일관된 진술이 관건… 김학의, 피해여성들 무고 혐의 고소
2013년 3월 임명 직후 성접대 파문으로 사표를 제출하고 정부과천청사를 나서는 김학의 법무부 차관. /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김 전 차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3명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피해 여성들이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금품거래와 관련한 정황에 대해 의미 있는 진술을 한다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스모킹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과거 수사에서 오락가락한 진술로 김 전 차관의 무혐의에 빌미를 줬던 만큼 최대한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수사단은 김 전 차관과 윤씨의 뇌물 수수 및 성범죄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윤씨와 내연 관계에 있었던 권모씨 및 김 전 차관에게 성범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최모, 이모씨 등 다른 피해 여성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피해여성들이 최근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 조사를 통해 ‘동영상 촬영 장소로 알려진 원주 별장과 윤씨의 차량, 서울 강남구의 오피스텔 등지에서 금품수수 장면을 목격했다’는 내용을 진술한 만큼, 검찰로서는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특히 과거 수사와 달리 윤씨가 뇌물 수수 등의 혐의를 일부 시인함에 따라 보강증거 확보 차원에서도 피해여성들의 진술이 필요하다.

검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 및 계좌추적 등의 수사 확대를 위해서도 피해여성들의 진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사단 관계자는 “뇌물죄와 성범죄 수사를 사실상 하나의 팀으로 운영하면서 동영상 제작 경위 등을 추적하고 있다”면서 피해여성에 대한 소환 조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피해 여성들이 과거 수사에서 김 전 차관의 성범죄와 관련해 오락가락한 진술로 무혐의 처리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씨의 경우 2013년 검찰 1차 수사에서 동영상 속 피해여성으로 제3의 인물을 거론했다가 2차 수사에선 자신을 동영상 속 여성이라고 말을 뒤집은 바 있다. 권씨가 2012년 윤씨와의 고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2명의 피해여성들과 긴밀히 협력한 정황도 포착됐지만, 검찰 1차 수사 당시엔 “서로 잘 모르는 사이”라고 진술하면서 검찰의 의심을 산 적도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3명의 피해 여성들에게 일관된 진술을 받아내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향후 수사에서 김 전 차관의 성범죄나 뇌물 혐의와 관련해 피해여성들이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과거처럼 김 전 차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이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장 김 전 차관이 피해 여성들을 무고 혐의로 고소, 검찰 수사의 변수로 떠올랐다. 김 전 차관은 8일 자신에게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여성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고소장에는 피해 여성들이 2013년 수사 당시 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는 주장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두 차례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김 전 차관이 사실상 반격을 가하고 나선 것이라, 향후 검찰 수사단의 대응에 법조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