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아이돌보미’ 사건 후 “누굴 믿나” 불안한 부모들

입력
2019.04.03 11:39
수정
2019.04.03 11:46
'금천구 아이돌보미 사건' 현장 영상이 촬영된 CC(폐쇄회로)TV 영상이 1일 유튜브에 공개됐다. 유튜브 캡처
'금천구 아이돌보미 사건' 현장 영상이 촬영된 CC(폐쇄회로)TV 영상이 1일 유튜브에 공개됐다. 유튜브 캡처

서울 금천구에서 아이돌보미가 14개월 영아를 학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뒤 아이를 어디든 맡겨야 할 수밖에 없는 맞벌이 부모들의 불안함이 커지고 있다. “정부 지원 사업에서도 학대 사건이 생기면 대체 누구를 믿고 맡기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 ‘맘카페(육아 및 생활정보 공유 커뮤니티)’에는 “’금천구 아이돌보미’ 사건 후 많은 생각들 하시겠죠”라는 글이 올라왔다. 복직을 앞둔 8개월 아기 엄마의 사연이었다. 글쓴이는 “복직하면 아이돌보미와 어린이집에 맡길 생각이었는데, 분노를 느끼고 불안하다”며 “외벌이로는 경제적으로 힘들고 양가 부모님은 아이를 봐주기 힘드신 상황이라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글을 본 카페 회원 중 복직을 앞둔 아이 엄마들은 “일을 관둬야 하나 마음이 복잡하다”, “허리띠 졸라매고 복직을 미뤄야 할 것 같다”며 공감하는 댓글을 남겼다.

금천구 아이돌보미 사건은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과 유튜브 등을 통해 알려졌다. 14개월 영아가 정부지원 사업인 ‘아이 돌봄 서비스’의 아이돌보미에게 폭행 등 학대를 당한 사건이다. 피해 아이 엄마는 2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이가 밥을 잘 안 먹고 물건을 던지길래 ‘이러면 안 된다’고 가르쳤더니 아기가 대뜸 자기 뺨을 직접 때렸다. 아마 맞는 게 습관이 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금천구 아이돌보미 사건' 피해 유아 부모가 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청원이 3일 오전 11시 기준 20만명을 돌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금천구 아이돌보미 사건' 피해 유아 부모가 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청원이 3일 오전 11시 기준 20만명을 돌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피해 영아 부모는 국민청원에서 △영유아 학대 처벌 강화, △돌보미 선생님의 자격 심사 강화 및 인성(적성) 검사, △현 연 1회 정기 교육을 3개월 또는 1개월로 횟수를 늘려 인성, 안전 교육 강화, △아이 돌봄 신청 시 해당 기간 신청 가정의 CC(폐쇄회로)TV 설치 무상 지원 등 4가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맘카페 회원들은 해당 국민청원 참여를 독려하며 특히 ‘CCTV 설치 무상 지원’은 필수라고 동의했다. 한 회원은 “이번 사건만 해도 CCTV가 없었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계속 의심하는 것보다 CCTV를 설치하는 게 엄마나 돌보미 모두에게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CCTV 설치가 쉽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CCTV를 설치하면 돌봄 서비스 인력을 고용하기 어렵고, 몰래 설치하자니 마음이 편치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13개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겼다는 ‘워킹맘’ 임모(35)씨는 “요즘 아이 돌봄 일을 하시는 분들은 CCTV가 설치된 집에서는 일을 안 하려고 하신다”고 말했다. 맘 카페에서도 “돌봄 선생님이 오신 지 오래됐는데, 뒤늦게 몰래 설치하자니 고민된다. 하지만 대안이 없다는 게 더욱더 안타깝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편 금천구 아이돌보미 사건 피해 부모가 올린 국민청원은 3일 오전 11시 기준 20만 2,190명을 돌파해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다. 여성가족부는 2일 “해당 사건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돌보미 활동 기간 중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 확인해 엄정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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