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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새벽 서울동부구치소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구치소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열 재정비에 들어갔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구속영장이 기각됐으나 불구속 기소라도 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주진우)는 김 전 장관에 대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기소를 이어나갈 방침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그로 인해 ‘방만해진 공공기관 운영 정상화’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데다, 청와대와 부처가 협의해 낙점하듯 공공기관 인사를 진행한 것도 ‘관행’이라 판단하는 등 ‘블랙리스트’라는 검찰 수사의 프레임 자체를 깨버렸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것보다는 수사를 보강해 본안 재판에서라도 유죄 판단을 구해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이날 자원순환시설 전문 업체 대표 박모(60)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언론사 간부 출신인 박씨는 지난해 7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에 지원서를 냈다. 검찰은 청와대가 박씨를 ‘내정 인사’로 분류하고 환경공단 관계자를 통해 면접 자료 등을 미리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공단은 당시 박씨가 서류전형에서 탈락하자 나머지 지원자들도 전원 탈락 처리해 상임감사 공모 자체를 무산시켰다. 박씨는 4개월 뒤인 지난해 10월 환경부의 다른 산하기관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출자한 기업의 대표로 선임됐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박씨를 상대로 상임감사 공모, 출자기업 대표 선임 과정을 캐물었다.

박씨 조사는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 소환 조사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씨의 상임감사 탈락 이후 신 비서관이 안병옥 당시 환경부 차관 등을 청와대로 불러 질책하는 등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신 비서관을 공모관계로 규정해뒀다. 신 비서관을 소환한다면 피의자 신분일 것으로 보인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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