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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조선 정체와 후원 세력]
‘천리마민방위’서 이달 초 개명… 서방국가 등 도움 받는 듯
암호화폐로 후원금 모집하고 ‘해방 조선’ 방문비자 팔기도
지난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담벼락에 낙서가 그려져 있다. 자유조선의 로고가 선명하다. 트위터 캡처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침입한 것으로 알려진 ‘자유조선’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암살된 뒤 그 아들 김한솔의 망명에 도움을 준 ‘천리마민방위’가 이달 초 이름을 바꾼 단체다. 김정은 정권에 반대하는 탈북자들의 임시 망명정부인 셈이다.

2017년 3월4일 ‘천리마민방위’ 명칭의 도메인을 개설했고 현재까지도 정확한 목적이나 소재지, 구성원 등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홈페이지 서버의 위치 역시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추적이 안 되도록 은닉시킨 상태다.

자유조선은 김한솔 망명 관여 이후에도 탈북자 보호를 위해 활동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자유조선은 2017년 3월7일 김한솔 망명에 관련된 글을 올리면서 “탈출을 원하시거나 정보를 나누고 싶은 분은 우리가 지켜 드리겠다”며 “어느 나라에 계시던지 가시고 싶은 곳으로 안전히 보내 드리겠다”고 밝혔다. “여러 북조선 사람을 벌써 도와왔다”고도 덧붙였다. 같은 해 4월 11일에도 “두 명의 구출과 자유를 이루었다”고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은 연락을 해 달라는 글을 남겼다. 지난달 25일에도 “서방국가에 있는 동지들에게 도움 요청을 받았다”며 “위험도 높은 상황이었지만 대응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자유조선의 반북한 활동은 올들어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10일 “쿠알라룸푸르 북한 대사관 정문 벽에 ‘자유조선 우린 일어난다’ ‘김정은 타도’ 등의 글씨가 적혀있었다”고 발표했다. 이 낙서 옆에는 자유조선의 로고가 그려져 있어, 자유조선이 실질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말레이 경찰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자유조선 소속 남성 4명이 대사관 벽에 낙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정남 살해 혐의로 체포됐던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가 석방된 11일엔 “조용히 자유를 갈망하는 지금은 비록 외롭습니다. 그러나 용기로 인하여 한 명 한 명 우리는 만나게 될 것”이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 정부 기관과 유사성이 느껴지는 천리마민방위와 자유조선의 로고. 왼쪽부터 천리마민방위, 국가정보원, 자유조선, 이북5도청.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자유조선에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천리마민방위와 자유조선의 로고가 대북 업무를 관장하는 국내 기관들의 로고와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천리마민방위가 사용하던 남색 바탕에 노란색 화살표는 국정원의 구 로고와 색 배열이 비슷하며, 이 화살표는 또 이북5도청이 예전에 사용하던 로고와 일치한다는 분석이다. 로고에 쓰여 있는 ‘자유조선’과 ‘천리마민방위’라는 글씨의 서체가 네이버가 개발한 ‘나눔고딕’과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천리마민방위의 영문 명칭과 자유조선의 영문 명칭 역시 남한과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다. ‘천리마’의 북한식 로마자 표기법은 ‘Chollima’인데 반해 ‘Cheollima’로 남한식 표기법을 사용했으며 ‘조선’도 북한식 ‘Joson’ 대신 ‘Joseon’을 사용한 것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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