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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망언, 개혁 발목 잡기에도 반등
한국당 외면 ‘샤이 보수’ 커밍아웃
文정부 실정, 과잉 정치공세가 주범

자유한국당의 우경화가 점입가경이다. 지난달 전당대회에 태극기부대가 가세하고 공안검사 출신 황교안 대표가 등장하면서 우경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5ㆍ18 망언, 탄핵 부정에 이어 ‘좌파 독재’ ‘운동권 썩은 뿌리’ 등 격한 표현이 일상이 됐다. 현 정부 정책이라면 무조건 반대다. 논리도 없고 합리성도 없다. 선거개혁 저지 투쟁이 단적인 예다.

지금 선거제는 누가 봐도 불공정하다. 지역주의 거대 양당에 절대 유리한 승자독식 구조다. 극한 정쟁에 지친 국민 다수가 다양한 민의를 수렴할 수 있는 선거제를 요구한 배경이다. 결국 지난해 말 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방안을 적극 검토해 올해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그런데 한국당은 무작정 시간만 끌다가 나머지 4당이 뜻을 모으자 본색을 드러냈다. 지역 패권정당에 유리한 퇴행적 개정안을 제시하며 ‘합의 처리’를 주장한 것이다. 판을 깨겠다는 놀부 심보와 다름없다.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한국당의 분탕질은 끝이 없다. 사학 이익을 지키려 국민 87%가 지지하는 유치원 3법에 반대하고, ‘검사당(黨)’답게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줄이려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는 나 몰라라 한다. 김학의ㆍ장자연 사건으로 정당성이 새삼 확인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에는 결사반대다. 재벌 개혁에도 눈감는다. 오직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니 ‘한국당이 김진태의 길을 간다’ ‘일본 극우세력을 닮아간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전한 보수라면 어찌 이런 정당을 지지할 수 있으랴. 탄핵 직후만 해도 한국당은 곧 사라질 정당으로 여겨졌다. 실제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 10% 선을 맴돌던 지지율이 꾸준히 올라 어느덧 30% 선을 넘어섰다. 한국당이 잘해서 오른 걸까. 대안정당, 정책정당과 거리가 멀어질수록 지지율이 오르는 까닭은 뭘까. 한국당 행태가 너무 부끄러워 그간 몸을 사리던 샤이 보수가 커밍아웃했다고 보는 게 옳을 게다.

그나마 부끄러움을 아는 보수를 극우 지지로 돌려세운 1등 공신은 집권세력의 실정과 초조함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정교한 전략을 토대로 신중히 접근했어야 했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탈(脫)원전 등은 반드시 가야 할 정책 방향이지만 초반에 과욕을 부렸다. 현실 적응성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여 상당한 부작용을 낳았다.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담보, 고교학점제 실시 등 교육개혁은 골치 아프니 손 놓아버렸고 미세먼지, 승차 공유 등 갈등 이슈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라고 외면했다.

더 심각한 건 여당의 감정적 정치 공세다. 증오와 혐오의 정치가 갈등과 분열을 부추겨 극단주의 세력을 키워 왔음은 역사가 증명한다. 민주당은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에 대해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성 재판”이라고 비난했다.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김학의ㆍ장자연 사건 등 특권층 성범죄의 진상 규명을 지시하자 대뜸 황교안 대표의 책임부터 따지고 나선 것도 볼썽사납다. 이해찬 대표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연설을 ‘국가원수 모독죄’라는 31년 전 사라진 법을 꺼내 들어 비판했다. 시대착오적인 내로남불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대응도 사회 통합보다는 지지층 환심 사기에 급급할 때가 많다. 이런 행태가 보수를 자극하고 중도의 정치 불신을 부추긴다.

이제 집권 3년 차다. 선택과 집중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려면 대통령이 핵심 어젠다에 집중하는 게 옳다. 대통령이 만기친람하면 관료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논공행상 인사, 선거경력 쌓기 인사는 삼가야 한다. 습관처럼 과거 정부 인사와 비교하는 것은 국정관리의 무능을 드러내는 고백처럼 들린다. 국민 눈에는 블랙리스트나 체크리스트나 별 차이가 없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를 내세우는 정권이라면 인간에 대한 예의와 품위를 지키기 바란다. 탈레반식의 즉자적이고 감정적인 정치 공세는 극우의 몸집만 키울 뿐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겸 지방자치연구소장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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