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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檢 “환경공단 임원 사퇴 압력 靑과 협의”… 靑 “법원 판단 지켜보겠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연합뉴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은경 전 장관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부처를 넘어 청와대 인사라인에까지 수사를 확대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주진우)는 22일 김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 구속 여부는 25일 박정길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결정한다.

지난해 12월부터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이어온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한국환경공단 임원들의 사퇴를 종용하고 새 임원을 임명하는데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핵심 증거는 환경부 감사관실 컴퓨터에서 나온 ‘장관 보고용’ 폴더다. 검찰은 지난 1월 환경부와 환경공단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사표 제출을 거부하는 환경공단 임원들을 겨냥해 ‘표적 감사’를 벌인다는 내용의 문건을 확보했다. 해당 문건에는 임원 2명이 사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등 임원 동향을 살핀 내용이 담겼고, 문건에 언급된 해당 임원 중 1명은 검찰 조사에서 문건 내용대로 지난해 2월부터 감사가 시작돼 사표를 냈다고 진술했다. 이 문건은 김 전 장관에게도 수 차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후 김 전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관심은 검찰의 수사 확대 방향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청와대 인사수석실 등과 사퇴 종용 및 표적 감사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환경부 인사를 담당한 청와대 인사수석실 균형인사비서관실 소속 행정관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청와대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교체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추궁했다. 김 전 장관이 구속되면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는 한층 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환경부 산하 환경공단의 채용 특혜에도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공단은 상임감사를 공모했는데, 지원자 16명에게 서류를 받은 뒤 친정부 인사가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자 공모 과정을 아예 무산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재공모 절차 이후에는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환경 특보로 활동한 유성찬 전 노무현 재단 기획위원이 임명됐다.

그간 부처 산하기관 인사 개입이 정상적인 업무절차였다고 주장한 청와대는 이날 구속영장 청구 소식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과거 정부의 사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고도 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2018년 1월 산하기관 임원들의 동향을 담은 ‘블랙리스트’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면서 김 전 장관을 비롯, 박찬규 차관, 주대영 전 감사관,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 등 5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 김 전 장관이 처음이다. 구속될 경우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 중 처음으로 구속 수사를 받게 되는 사례가 된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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