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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론 '이다이'로 인해 수 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모잠비크의 항구도시 베이라에서 17일 두 소년이 손을 잡고 폐허가 된 거리를 걷고 있다. 모잠비크 정부는 21일(현지시간) 공식 사망자가 242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으며 사망자가 1,000여명에 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홍수로 인한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어선 인도네시아 파푸아 주에서 18일 한 소녀가 어머니의 손을 잡은 채 물길을 헤치며 걷고 있다. EPA 연합뉴스

전쟁과 재난의 여파는 죄 없는 자들을 가장 세게 덮친다. 미국 중서부 지역에 폭우로 인한 홍수 피해가 속출한 데에 이어 사이클론 ‘이다이’가 아프리카 동남지역을 덮치며 모잠비크, 짐바브웨, 말라위의 물난리 속에 사망자 수가 백 단위로 갱신되고 있다. 재난은 모두에게 시련이지만 순박하고 연약한 아이들은 더 아프게 앓고 있다.

짐바브웨의 정확한 피해 상황이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모잠비크와 말라위에서만 150만명이 사이클론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말라위에서 460,000명, 모잠비크에서 260,000명이 아동이다.

모잠비크의 항구도시 베이라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소팔라 주 나마탄다에서 한 여성이 21일 어린 아이와 함께 유엔세계식량계획에서 준비한 구호품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모잠비크 정부는 21일(현지시간) 공식 사망자가 242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으며 사망자가 1,000여명에 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사이클론 '이다이'로 인해 홍수가 발생한 모잠비크 소팔라 주 부지에서 현지 주민들이 어린 아이를 냉장고 싣고 피난길에 올랐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 수치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비극적이지만 3개국 모두 아동 건강 수준이 절망적이기에 사태는 더 심각하다. 기초적인 의료지원과 먹을 식량조차 부족한 경우가 태반인 3국의 아동들은 평소에도 죽음의 위협에 시달린다. 짐바브웨 아동 기대수명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고 말라위에선 매년 10명 중 1명의 아동이 사망한다. 모잠비크의 영아사망률은 무려 142%다. 매년 태어나는 아이의 수보다 죽는 영아의 수가 많다는 것이다.

사이클론에 영향을 받은 지역들이 모두 물로 덮였다는 점 역시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이 지역 아동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대표적인 질병인 말라리아의 감염원인 모기는 물이 많은 환경에서 활발히 번식한다. 말라리아의 확산과 동시에 더러운 물 자체가 감염원인 콜레라 역시 창궐할 것임은 ‘물 보듯’ 뻔하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사이클론 피해 3개국의 아동지원을 위해 2,000만 달러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레일라 파칼라 유엔아동기금 동남아프리카 지부장은 “홍수로 인해 셀 수 없이 많은 아동의 삶이 이미 송두리째 뒤집혔는데 사이클론까지 덮치며 수많은 가족에게 시련을 안겼다”라고 말했다. 건장한 성인도 휩쓸어가는 바람과 물살을 아이들이 헤쳐나가려 오늘도, 내일도 몸부림치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모잠비크의 항구도시 베이라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소팔라 주 나마탄다에서 주민들이 유엔세계식량계획에서 준비한 구호품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어린 아이들을 안고 서 있는 부모들의 모습이 보인다. AP 연합뉴스
사이클론 '이다이'로 인해 25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짐바브웨에서 19일 군 병력과 의료진이 부상자들을 후송하기 위해 헬리콥터에 싣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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