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헤이세이 시대 끝나는 日, 새 연호는 어떻게 정할까

입력
2019.03.19 11:09
수정
2019.03.19 19:0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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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일왕 내외가 지난해 12월 23일 일왕의 85회 생을 맞아 고쿄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아키히토 일왕 내외가 지난해 12월 23일 일왕의 85회 생을 맞아 고쿄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에선 4월 1일 새 연호 발표를 앞두고 그 출처가 무엇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왕의 통치기를 구분하는 명칭인 연호는 이제까지 중국 고전에서 발췌한 한자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정부가 검토 중인 후보 가운데 일본 고전이나 역사서에 등장하는 글자를 발췌한 것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연호는 다이카(大化) 이래 현재 헤이세이(平成)까지 총 247개가 존재한다. 그 출처는 확인 가능한 한에서는 모두 중국 고전에서 가져왔다. 연호 선정을 관할하는 일본 정부의 내각관방 관계자는 1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 답변에서 “국문학자와 한문학자, 일본사 및 동양사에 높은 식견을 갖춘 분들을 위촉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문학자와 일본사학자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중국 고전에서 가져온 관행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몇 가지 안으로 압축하기 전 검토 중인 20개 정도의 후보에도 일본 고전에서 발췌한 것이 포함돼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지기반인 보수층에서도 일본 고전에 근거한 연호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아베 총리는 주변에 “연호의 출처는 일본에서 쓰여진 책이 좋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무로마치(室町)시대까지 한자로 쓰여진 일본 고전에서 찾는 방안도 거론되는 배경이다.

그러나 일본 고전에서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단가 형식의 고전시가를 모은 ‘만엽집’은 한자로 표기됐으나 일본어 소리를 표현하기 위한 표음문자로 활용됐다. 이 경우엔 한자 그 자체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활용이 곤란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720년 완성된 ‘일본서기’는 중국 고전을 인용하면서 한문으로 적혀 있다. 전문가 사이에선 “일본 고전에서 좋은 문장을 선택하면, 명문일수록 중국 유교경전인 사서오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중국과 일본 모두 한자 문화권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과 중국 양쪽 고전에 바탕을 둔 연호가 선정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총리관저 관계자는 “일본의 것이기 때문에 좋고, 중국의 것이기 때문에 나쁘다고 할 수 없다”며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과정까지 포함해 문화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 8월 중도퇴위 의사를 밝힌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내달 30일 퇴위하고, 5월 1일 장남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즉위한다. 아베 총리는 전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내달 1일 새 연호 발표와 관련해 “발표자를 포함해 현재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현 연호인 헤이세이의 경우 1989년 1월 당시 오부치 게이조(小渕惠三) 관방장관이 발표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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