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살해 혐의’ 인니 여성, 조코위 대통령 만난다

입력
2019.03.12 12:11
수정
2019.03.1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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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아이샤(왼쪽)씨가 11일 귀국한 뒤 인도네시아 외무부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부모와 재회하고 있다. 자카르타=AP연합뉴스
시티 아이샤(왼쪽)씨가 11일 귀국한 뒤 인도네시아 외무부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부모와 재회하고 있다. 자카르타=AP연합뉴스

김정남 살해 혐의로 체포됐다 2년만에 석방된 인도네시아 여성이 조코 위도도(약칭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12일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티 아이샤(27)씨는 이날 가족과 함께 조코위 대통령을 면담해 직접 감사의 뜻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코위 대통령은 전날 보고르궁에서 한 연설에서 “처음부터 시티씨의 무죄를 확신했다. 시티씨는 (김정남을 살해한) 집단의 일원이 아니라 도구로 이용당했다"고 말했다. 시티씨가 석방되자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끝없는 로비의 결실”이라고 자평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실제 조코위 대통령을 비롯해 외교부 법무부 산업부 등 각 부처 장관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말레이시아 정부에 시티씨 석방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달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시티씨의 석방을 이번 정권의 치적으로 띄울 분위기다. 이에 야권 대선후보 진영 일각에서 ‘선거용 기획송환’이라는 의혹도 흘러나오지만, 석방 자체는 전반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시티씨는 사건 당시 언급을 극도로 꺼렸다. 전날 자카르타 할림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씨티씨는 김정남 암살 사건에 휘말린 경위를 묻는 취재진에게 “이런 일을 겪고 나니 가족을 만나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석방 직후 기자회견과 귀국 후 외무부에서 열린 환영식에서도 사건 경위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침묵의 이유로는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언제든 다시 기소될 수 있는 불안한 처지, 말레이시아 정부의 요청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인도네시아 외무부의 랄루 무하맛 이크발 국민보호국장은 "혐의가 완전히 벗겨진 게 아니라 공소만 취소된 것"이라면서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언제든 다시 기소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시티씨와 함께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베트남 국적 도안 티 흐엉(31)씨도 조만간 석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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