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 확대 잠정합의안 국회 보내기로...계층별 대표 눈물

입력
2019.03.1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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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배우한 기자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배우한 기자

청년ㆍ여성ㆍ비정규직 등 계층별 대표의 보이콧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의결이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본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노사정 합의 내용을 국회에 보내기로 했다. 계층별 대표들이 반발해도 일단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11일부터 열리는 3월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계층별 대표들은 경사노위가 청년ㆍ여성ㆍ비정규직을 ‘보조’ 취급한 것을 성토했다.

◇탄력근로 확대 잠정 합의안, 국회 보낸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합의문(안)’은 일단 논의 경과를 국회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경사노위는 기자회견 직전 계층별 대표 3인이 빠진 가운데 3차 본위원회를 열었다. 문 위원장은 “오늘 의결 예정이었던 안건은 본위원회를 다시 개최해 의결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덧붙였지만, 의제별 위원회의 합의문을 국회에 보내기로 한 이상, 향후 본위원회에서 내용이 바뀌지 않는 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할 수도 있다.

앞서 경사노위 산하 의제별 위원회인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지난달 19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대신 근무일 간 11시간 연속 휴게시간을 부여하고, 임금보전 의무화 하는 내용을 담은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를 이뤘다. 한국노총과 경총, 고용노동부, 공익위원 등이 합의 주체였다. 본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의 사회적 합의가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잠정 합의안이라도 국회에 보내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경사노위의 의제별 위원회 합의 내용을 토대로 한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 방안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노동시간제도개선위의 합의 내용을 그대로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계층별 대표 3인의 잇단 참석 약속 번복 지적

문 위원장은 계층별 대표 3인의 무책임도 거듭 지적했다. 문 위원장은 “지난 2차 본위원회 이후, 저를 비롯해 한국노총 위원장과 고용노동부 장관 등은 수차례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들을 만나 탄력근로제 합의 내용과 위원회 운영상의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고, 이 자리에서 계층 대표들은 본위원회 참석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 위원장은 “(그럼에도) 대표들은 대통령이 주관하는 ‘사회적 대화 보고회’도 무산시켰고, 참석 약속을 두 번이나 파기했다”며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사노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계층별 대표들이 전날까지만 해도 3차 본위원회 참가를 약속했지만, 본위원회 개최 시각(오전 7시) 6분 전인 6시54분에서야 경사노위 측에 문자로 불참 통보를 해왔다고 전했다.

문 위원장은 “위원회의 의사결정 구조와 운영 방안 등에 대해서는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계층별 대표 등 일부 위원이 반대하면 본위원회가 마비되는 상황을 개선하겠다고 재확인했다.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내부 검토 의견임을 전제로 “의제별ㆍ업종별 위원회의 의결 결과가 반드시 본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효력을 발휘한다는 법 조항은 없다”며 “현재 법체계 내에서 (본위원회 의결 없이 의제별 위원회 의결을 사회적 합의로 간주하는 것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두 번 연속 본위원회 참석 입장을 번복한 계층별 대표 3인에 대한 징계 또는 해촉 가능성에 대해 문 위원장은 “(본위원회에서 징계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면서도 “본위원회에서 한 번 더 기회를 갖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더 많은 분들은 (참석 번복에 대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는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고심 끝 결정” 3단체, ‘보조축’ 발언 사과 요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연합뉴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연합뉴스

한편 경사노위 계층별 대표 3인인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3차 본위원회 불참 이유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일부에 의해 전체가 훼손’, ‘여성ㆍ청년ㆍ비정규직도 중요하지만 보조축’, ‘세 번의 기회를 주고, 특단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경사노위가 지난 7일 밝힌 것은 현재 본위원회의 위원의 역할을 부정하고, 이를 축소하겠다는 말”이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2차 본위원회 무산 직후 기자 브리핑에서 박 상임위원은 “사회적 대화의 중요 핵심은 전국 차원의 노사단체 중심이고, 여성ㆍ청년ㆍ비정규직은 중요하지만 보조축”이라며 “중심과 보조축 사이 관계가 현재 법으로 돼 있는 의사결정구조에서는 반영되지 않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에 대한 사회적 우려는 해소되지 않았고, 합의안에 대한 수정 및 보완 요구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러한 노동권 후퇴가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의 첫 합의 내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들 단체는 본위원회 참가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계층별 대표의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방침 철회 △‘보조축’ 발언 공식 사과 △본위원회가 거수기에 머무는 현실 개선 방안 마련 △탄력근로제 부작용의 공식적 보완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계층별 대표 3명은 사회적 대화기구 안에서 책임을 다 할 것을 요구하는 경사노위와 정부, 한국노총 등의 요구와, 개악안에 들러리를 서면 안 된다는 노동계의 요구 사이에서 심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도 토로했다.

이남신 비정규직 대표는 “본위원회에 두 번째로 불참하게 될 경우 오히려 진위와 다르게 경사노위가 타격을 입을까봐 우려가 컸고 주말에 문성현 위원장과 박태주 상임위원을 직접 대면하기도 했다”면서도 “주변에서 ‘(계층별 위원 권한 축소를 시사하는) 이런 조건에서 무슨 사회적 대화를 하냐는 조합원들의 빗발치는 항의가 있었다고 한다”고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남신 대표는 “저희가 대표로 있는 이 자리의 무게가 불참 이후 더 무거워졌고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며 “세 사람이 감당하기 힘겨울 정도로 양쪽 압력이 너무 거셌다”고 털어 놨다. 기자회견장에서 청년 대표와 여성 대표는 발언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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