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자체 돌봄 운영… 오늘은 넘겼는데 내일은?

입력
2019.03.04 13:23
수정
2019.03.0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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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학 연기 많은 용인 지역 등 경기권 큰 혼란 없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3법' 등 철회를 요구하며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선 4일 오전 개학 연기 여부에 대해 무응답한 서울 도봉구의 한 유치원에서 서울북부교육지원청 장학사가 시정명령서를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3법' 등 철회를 요구하며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선 4일 오전 개학 연기 여부에 대해 무응답한 서울 도봉구의 한 유치원에서 서울북부교육지원청 장학사가 시정명령서를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8시 15분 경기 수원시 세류초등학교 병설 세류유치원 앞은 한산했다. 이 유치원은 개학을 연기한 인근 4곳의 사립유치원 원생들에게 긴급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곳이다. 하루 전인 3일까지 모두 15명이 신청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유치원에 긴급 돌봄으로 등원한 아이는 3명에 불과했다.

세류유치원 관계자는 “돌봄을 신청한 엄마들에게 전화해 보니 개학은 연기했지만 자체 돌봄을 운영 한다는 말에 원래 유치원으로 보냈다고 들었다”며 “또 일부는 오늘 휴가 내 내일 돌봄으로 보내겠다는 부모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5세와 7세 두 아이를 맡긴 한 학부모는 “주말에 개학연기를 한다는 문자를 받아 긴급 돌봄을 신청했다”며 “작은 아이는 올해 처음 유치원을 보내는 거라 기대도 컸는데, 오늘은 돌봄으로 보내지만 개학 연기가 길어지면 어린이집이나 다른 유치원을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용인 수지구의 A유치원 앞. 이 유치원은 당초 개학을 연기하면서 자체 돌봄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터였다. 그래서인지 오전 8시 40분 현재까지 20여 명의 아이들이 등원했다. 이날 오전에는 2명의 입학상담까지 받는 등 교육일정만 빼고 평소처럼 운영하고 있었다.

수지구의 또 다른 B유치원도 이미 등록돼 있는 아이들에 한 해 자체 돌봄을 운영하고 있다. 3일 오후 학부모들에게 문자를 통해 돌봄 운영을 알려 큰 혼란이 없었다는 것이다.

B유치원 한 학부모는 “혹시나 몰라 오늘 휴가를 냈었는데 마침 돌봄으로 운영한다기에 아이를 데리고 왔다”며 “문제는 내일인데 아직 유치원으로부터 어떻게 한다는 통보를 받지 못한 상태여서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3법' 등 철회를 요구하며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선 4일 오전 개학연기 여부에 대해 무응답한 서울 도봉구의 한 유치원 문이 잠겨 있다. 연합뉴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3법' 등 철회를 요구하며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선 4일 오전 개학연기 여부에 대해 무응답한 서울 도봉구의 한 유치원 문이 잠겨 있다. 연합뉴스

한국유치원연합회 소속 유치원의 개학연기로 우려됐던 유치원 대란은 일단 피했다. 정부의 강력대응 방침에 개학 연기를 철회한 곳이 많은데다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들도 자체 돌봄을 운영해서다.

4일 경기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도내 사립유치원 1031개 중 개학연기를 강행하고 미운영 유치원은 성남의 세화유치원 한 곳뿐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940개원은 개학과 입학을 완료했으며 60개원은 자체 돌봄을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개학 연기에 나선 유치원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던 용인지역도 큰 혼란은 없었다. 용인지역은 전체 75개 유치원 중 절반 가까이가 개학연기를 밝히는 등 타 지역에 비해 강하게 반발해 온 곳이기도 했다. 36곳이 정상 개학했고, 39곳이 자체 돌봄을 운영했다.

용인지역 유치원이 이처럼 많은 이유는 지역 내에 국공립 및 단설유치원이 거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한유총 규탄대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용인 수지구에 국공립유치원이 크게 부족한데다 단설유치원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대부분 2~3곳을 운영하는 기업형 유치원들이다 보니 조직적으로 정부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 관계자가 그러는데 이들이 정치권 로비를 통해 단설유치원 설립을 방해해 결국 지금의 사태에 이르게 된 것 같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은 이날 오전 개학연기 유치원과 자체 돌봄 만 제공하고 정상 운영하지 않은 유치원 모두에 1차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5일에도 정상 운영하지 않으면 즉시 형사고발 한다는 계획이다.

이재정 도교육감은 “돌봄 운영은 정상개학으로 볼 없어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며 계속해서 연기할 경우 절차대로 진행 할 것”이라며 “아이들을 놓고 집단행동, 불법적 휴업은 있을 수 없다. 어떠한 타협도 없음을 다시 한번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용인=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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