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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페테르 시야트로 헝가리 외무장관이 11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부다페스트=AP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화웨이의 설비를 쓰는 국가와는 앞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해킹에 따른 안보 위협 제기, 대(對)북한 경제제재 위반 혐의 기소 등을 통해 화웨이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데 이어, 이번에는 아예 동맹국들을 향해 ‘화웨이와 단절하라’는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화웨이 장비 사용 여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새로운 ‘동맹국 구별 기준’이 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동유럽 순방에 나선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첫 방문국인 헝가리에서 “미국의 중요 시스템을 보유한 국가가 화웨이 통신 설비를 쓴다면, 파트너로서 함께 가기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페테르 시야트로 헝가리 외무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힌 그는 “동맹국들에게 기회, 그리고 화웨이 장비 사용의 리스크(위험)를 분명히 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화웨이를 쓰지 않을 경우 미국과의 관계가 돈독해지겠지만, 반대의 경우엔 악화할 것이라는 엄포를 놓은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런 언급을 내놓은 까닭은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가 최근 헝가리와 폴란드 등 동유럽에서 무서운 기세로 확장 중이어서다. 예컨대 헝가리 통신 장비의 70%는 화웨이 제품이다. 특히,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동유럽의 화웨이 설비가 결국 유럽연합(EU) 내의 정보를 중국으로 빼돌리는 ‘스파이’ 활동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의심한다. 물론 화웨이는 “모든 정부의 정보 활동에 일절 관여하지 않으며, 각국의 통신 사업자들과 협력 중”이라는 입장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폼페이오 장관이 사실상 중국(화웨이)과 미국 중에서 양자택일을 하라는 최후통첩성 발언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유럽에서 중국의 위상이 점점 강화하는 걸 우려하는 미국이 집중견제에 나섰다는 뜻이다. “미국이 그동안 중유럽(동유럽)에 너무 자주 부재했는데, 이는 수용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이날 폼페이오 장관의 또 다른 언급도 그러한 해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동유럽 순방에는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차단’이라는 목적도 담겨 있다. 실제로 그는 이날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을 분열시키는 걸 헝가리가 방치해선 안 된다면서 사실상의 ‘대러 관계 재정립’도 요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가로질러 유럽으로 이어지는 러시아의 가스파이프사업을 지원하지 말라고 헝가리에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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