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톺아보기] 화재ㆍ구조ㆍ구급?!

입력
2019.02.13 04:40
수정
2019.02.19 10:09
29면

2월의 겨울임에도 매서운 한파에 건조하기까지 하다 보니 주변에 산불도 많고 위험한 상황도 많다. 늘 고마운 소방 공무원들이 화재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진화 작업을 진행한다. 지역마다 설치된 소방서를 지나다 보면 ‘화재ㆍ구조ㆍ구급’이란 흔한 문구를 만날 수 있다. 아마도 소방서가 늘 주민 옆에서 최선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난 따위를 당하여 어려운 처지에 빠진 사람을 구하여 줌.’이라는 의미의 ‘구조’와 ‘병이 위급할 때 우선 목숨을 구하기 위한 처치를 함.’이라는 ‘구급’의 어휘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화재’는 전달하고 있다. ‘화재’는 ‘불이 나는 재앙. 또는 불로 인한 재난.’이라고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는데, 소방관이 사력을 다해 헌신하는 임무에는 ‘구조·구급’과 함께 ‘불이 나는 일’을 담당하지는 않으니깐 말이다. 아마도 ‘불이 난 것을 끔.’이라는 뜻을 가진 ‘진화’나 ‘소화’라는 어휘가 적절할 것이다. 그럼에도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급박한 상황 맥락을 강조하려다 보니 ‘화재·구조·구급’의 어휘로 그 역할의 대표적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접해 본,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듦을 다시 돌이키는 일’인 ‘피로 회복’이란 문구나 ‘담배를 피우는 것을 금하는 일에 주의를 줌.’이라는 ‘금연 경고’처럼 어색한 표현이라는 것은 같다. 오락으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틀린 그림 찾기’도 사실은 ‘다른 두 개의 그림에서 서로 바뀐 부분을 찾도록 한 놀이’이므로 바른 표현은 아니다. ‘피로 해소’나 ‘흡연 경고’, ‘다른 그림 찾기’ 등으로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것처럼 ‘진화ㆍ구조ㆍ구급’의 정확한 표현으로 다듬어 사용해도 된다.

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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