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밀리의서재 한보람(왼쪽부터) 개발 매니저, 서영택 대표, 이창훈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 이채원 콘텐츠 매니저가 유료 회원들의 많은 호응을 얻은 전자책 표지를 스마트폰에 띄워 보이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이미 종이책을 읽고 있는 분들을 위한 서비스가 아닙니다. 지금은 책과 떨어져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 늘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있는 분들이 우리의 잠재 고객입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산로에 있는 ‘밀리의 서재’ 사무실에서 만난 서영택 대표가 힘줘 말했다.

밀리의 서재는 2017년 10월 정식 문을 연 국내 최초 전자책 월정액 구독 서비스 업체다. 한 달에 9,900원을 내면 밀리의 서재와 콘텐츠 제휴를 한 출판사들의 도서 3만여권을 전자책으로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매월 새 책이 1,000권 정도씩 추가된다. ‘2018년 출판인들이 뽑은 올해의 책’ 1위를 차지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의 ‘골든아워’도 밀리의 서재에서 볼 수 있다. ‘전자책의 넷플릭스’, ‘전자책의 멜론’이라 보면 이해가 쉽다.

밀리의 서재 뒤를 이어 리디북스, 에스24, 교보문고 등도 월정액 구독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러나 서 대표는 “밀리의 서재 유료 가입 회원 중 85%가 재구매를 한다. 우리가 월 1만원만큼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이 검증됐다는 뜻”이라고 자신했다.

웅진씽크빅 대표 출신인 서 대표는 출판업계에 오래 몸담은 베테랑이다. 그가 전자책 월정액 구독 서비스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모두 말렸다. 대부분 투자자들도 “출판사들이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당신 회사에 콘텐츠(책)를 제공하겠느냐”고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밀리의 서재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서 대표는 “유료 회원이 우리 앱(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에 월 평균 16회 방문하는데, 하루 평균 체류 시간이 40분”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의 하루 평균 체류 시간이 14~18분, 유튜브가 50분(2018년 9월 인크로스, 닐슨코리아클릭 조사)이라는 걸 감안하면 꽤 의미 있는 수치다. 서 대표는 “전자책을 본 뒤 소장하고 싶다며 다시 종이책을 구매하는 회원도 늘고 있다. 출판사와 우리가 경쟁이 아닌 상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밀리의 서재에서 볼 수 있는 골든아워. 밀리의 서재 제공

2016년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생활시간 변화상’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6분(평일 기준)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종이책도 안 읽는데 전자책을 읽겠느냐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서 대표는 “책 읽는 습관이 아니라 시간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포털)나 페이스북, 유튜브를 하는 사람들이 같은 시간 밀리의 서재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그 시간에 (종이)책을 읽으라고 하면 대부분 포기한다. 그들이 밀리의 서재에 하루에 15~16번 들어와 30~40분 동안 책을 읽는다면 훨씬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사람들이 끊임없이 유입되도록 흥미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그래서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밀리의 서재는 매주 두 차례씩 전자책 신간을 회원들에게 알려주는 ‘배달의 밀리’, 이병헌이나 구혜선, 유병재 등 유명 배우들이 약 30분 동안 책의 중요 부분을 정리해 소개해주는 ‘리딩북’, 웹툰으로 책을 보여주는 ‘밀리툰’ 등 새로운 서비스를 시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밀리의 서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자체 제작)’과 비슷한 ‘밀리 오리지널’ 서비스도 곧 시행한다. ‘82년생 김지영’으로 잘 알려진 조남주 등 7명의 작가가 한 주에 한 편씩 글을 게재할 예정이다.

서영택 대표와 직원들이 인터뷰하며 활짝 웃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밀리(蜜里)’는 ‘꿀이 흐르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서 대표가 직접 지은 이름인데 그는 직원들에게 ‘사장’이 아닌 ‘이장’이라 불리길 원한다. 이날 서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인터뷰하길 강력히 원했다. 이창훈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 한보람 개발 매니저, 이채원 콘텐츠 매니저등 직원 3명이 동석했다. 서 대표는 “회사는 제가 만들었지만 앞으로는 이들이 이끌어 갈 것”이라며 동반 인터뷰를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사실 ‘전자책의 넷플릭스’라는 표현을 서 대표는 처음엔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직원들에게 이 말을 쓰지 말라고도 했다. 서 대표는 “우리나 넷플릭스, 멜론 모두 정액을 받고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형태는 비슷하다. 그러나 책을 보는 것의 가치는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과는 다르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직원들은 “구독 서비스가 얼마고 뭐를 어떻게 볼 수 있는지 구구절절 말하기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서비스를 가장 명확하게 알릴 수 있는 카피가 바로 ‘전자책의 넷플릭스’”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결국 서 대표가 물러섰다. 서 대표는 “내가 ‘올드’하고 바보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라며 “직원들이 결과적으로 맞았다. 그래서 오늘도 인터뷰를 같이 하는 것 아니냐”고 미소 지었다.

물론 서 대표도 직원들도 ‘전자책의 넷플릭스’라는 틀에 만족할 생각은 없다. 그들은 “넷플릭스를 넘어서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다른 플랫폼들이 ‘~의 밀리의 서재’라고 따라 하는 걸 듣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 팀장 준비한 슬로건 있지? 그거 한 번 말해 봐” 서 대표의 말에 이 팀장이 빙긋 웃었다. “‘월 1만원의 지적인 사치’ 어때요? 이게 우리가 앞으로 밀 새로운 슬로건입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