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톺아보기] 친할머니, 외할머니

입력
2019.01.30 04:40
29면

다음 주는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이다. 아마 많은 가족들은 떨어져 살던 친지들과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일 것이다. 조부모와 같이 살지 않는 손주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뵙고 세배도 드린다. 설날에 찾아뵙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아빠의 부모이거나 엄마의 부모이다. 육아를 위해 아이들의 조부모와 함께 살면서 설날을 지내는 가족 구성원도 있다. 손주들은 함께 사는 조부모를 친근하게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부는데, 역시 ‘친할머니, 친할아버지’일 수도 있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일 수도 있다.

예전에 모 드라마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어린 손주들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할머니, 할아버지’로 일컬었다가, 친조부모가 호칭을 정정하기도 하였다. 구별해 가리켜야 할 때에는 ‘친(親)-’이나 ‘외(外)-’를 쓴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립국어원의 2018년 언어 예절 정비 정책 연구 결과에서는 가족 구성원들의 인식이나 사용 실태가 ‘친(親)-’이나 ‘외(外)-’의 구분 표지가 무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육아에 도움을 받고자 기댈 때에 여성 쪽 부모와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사용이 더 희미해진 것이다. 어린 손주들은 ‘할머니’와 ‘외할머니’를 구별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친(親)-’이나 ‘외(外)-’보다는 오히려 지역이나 관계에 기대어 양쪽의 조부모를 부르거나 일컫는 것을 대신한다. 당진에 사시는 친할머니는 ‘당진 할머니’이고, 목동에 사시는 외할머니는 ‘목동 할머니’로 부르는 것이다. 심지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조모와 외조모는 각기 ‘901호 할머니’와 ‘306호 할머니’로도 나타난다. 우리 사회는 계속 많은 변화를 겪는다. 호칭도 변하였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양해질 뿐이다.

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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