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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사람 접근 최대한 배제, 흙길로만 조성 등 지침 위반" 주장

국도 19호선에 있는 전남 구례군 용방면 죽정리 산24-14에 나무데크와 계단으로 된 생태통로가 조성되어 있다. 사람들의 출입이 잦아지면 동물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 사람들 제공.
캠핑장 등 잇는 보행로 민원 많아
전남 구례군청 계단 공사 논란
“생태원 등 자문해 문제없다”

국도 19호선 위 전남 구례군 용방면 죽정리 산 24-14. 이곳에 위치한 너비 30m의 생태통로는 국토교통부가 2004~2007년 상반기까지 국도 19호선에서 야생동물 로드킬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이라는 용역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지난 2011년에 설치했다. 8년 가까이 너구리, 고라니, 멧돼지 등이 이용해 오던 구례용방 생태통로에 길이 341m, 너비 3m의 산책로 조성을 위해 나무 데크와 계단 공사가 진행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국시모)은 28일 구례용방 생태통로의 산책로 공사가 자연환경보전법 상 ‘생태통로 설치 및 관리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며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지침에 따르면 생태통로는 사람과 차량의 접근과 이용을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또 보행로를 조성하는 경우에는 폭 3m 이내의 흙길로 만들고, 생태통로의 중앙부 폭은 30m 이상의 대형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구례용방 생태통로에서 발견된 고라니 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 모임 제공

윤주옥 국시모 대표는 “구례군은 구례용방 생태통로에 사람의 접근과 이용을 최대한 배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사람을 유인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며 “더욱이 너비 3m의 산책로를 만들면 중앙부 폭은 27m로 줄어들어 30m 이상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지침을 위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윤 대표는 이어 “인근에 굴다리가 있어 생태통로를 따로 조성하지 않아도 사람 통행은 가능하다”며 “생태통로에 보행로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고 덧붙였다.

구례용방 생태통로에서 발견된 멧돼지 발자국.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국시모는 이날 야생동물 전문가, 지역주민 등과 22, 23일 생태통로를 답사한 결과도 공개했다. 고라니, 멧돼지, 너구리 등의 발자국과 똥, 멧돼지 상악골(위턱뼈) 등이 발견됐고, 생태통로와 연결된 언덕에서는 야생동물이 지나다니는 길이 확인됐다.

구례군청은 주변 캠핑장과 생협 체험시설, 지리산 호수공원을 잇는 보행로에 대한 민원이 많아 보행자 통로를 설치하게 됐고, 순천국도관리사무소, 국립생태원의 자문을 받은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례군청 관계자는 “보행자 동선은 폭 3m 이내로 조성하고, 방음벽 설치 등의 기법을 통해 공간적으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자문대로 수행했다”고 말했다.

반면 국립생태원의 입장은 다르다. 국립생태원은 2017년 11월 자문 당시 ‘데크를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구두로 설명했다는 것이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나무데크 산책로는 생태통로를 흙길로 설치해야 한다는 지침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생태통로에 사람이 출입하면 야생동물 이동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립생태원은 보행로 조성으로 폭이 27m로 줄어든다고 해도 나무데크가 아닌 흙길로 조성한다면 지침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지리산 자락 전남 구례 19번 국도 위쪽 생태 통로 옆에 보행로를 위한 공사 진행이 한창이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 모임 제공

환경부는 필요하다면 현장조사를 통해 야생동물의 생태통로 이용정도, 야생동물에 미치는 영향 등을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침을 어긴 부분 등을 확인하고 개선점을 찾기 위해 국토부에 협조 요청을 보냈다”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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