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리더로 뜰까, 친박 수장 그칠까 ‘황교안 시험대’

입력
2019.01.14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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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한국당 공식 입당]

여론조사서 보수 대선주자 1위… 인물난 한국당에 ‘단비’

친박 굴레ㆍ적폐청산 타깃 약점, 중도층 외연확장도 의문

황교안 전 국무총리. 한국일보 자료사진
황교안 전 국무총리. 한국일보 자료사진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이번 주 자유한국당에 공식 입당한다. 그의 입당을 두고 그간의 국정운영 경험 등을 토대로 보수 진영의 차기 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박근혜 정권과 운명을 같이 했다는 점에서 친박계 수장(首長) 역할에 그칠 것이란 박한 평가도 적지 않다. 한국당 입당으로 정치적 출사표를 던진 그가 뚜렷하게 갈리는 안팎의 평가를 어떻게 수렴해 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황 전 총리는 지난해 중반 이후부터 연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의 차기 대선 주자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선까지는 아직 38개월가량 남아 있어 지지율은 의미가 없다는 반론도 있지만,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후보가 넘쳐나는 여권에 비해 빈약하기 그지 없는 보수 야당의 차기 주자군을 되돌아볼 때, 황 전 총리는 단연 눈에 띄는 후보다. 또 다음달 전대를 앞둔 당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의 입당을 바라보는 당내 평가가 나쁘지 않다. 심지어 당권 도전을 준비 중인 친박계 김진태 의원도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황 전 총리 한국당 입당을 환영한다”고 반색했다.

황 전 총리는 현재 당내 다수인 친박계 지지를 받고 있다. 높은 지지율의 요인이고, 그가 원외이면서도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친박계 굴레에 묶여 있는 자체는 약점이 될 수 있다. 탄핵 국면에서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낸 그가 다시 정치 일선에 나서면 진영 내부에서 탄핵 책임론이 다시 부상하고, 동력을 잃어가는 여권의 적폐청산 움직임에 다시 명분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같은 당 심재철 의원이 황 전 총리를 향해 “다시 탄핵 프레임이 덧칠해져 우파의 기사회생 노력에 부담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는가”라고 공개적으로 던진 질문도 이런 맥락이다.

보수 재건을 위해 필수적인 확장성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안검사 출신에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거친 황 전 총리가 보수 정당의 리더로 중도층까지 흡수해 보수의 정권 재창출까지 이끌어 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보수의 결집을 위해서는 최선의 카드가 될 수 있지만, 보수의 혁신과 정권교체를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황 전 총리가 그간 쌓아왔던 경륜과 안정감 등을 고려하면,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의 한국당에 필요하다는 의견이 당 저변에 적지 않게 깔려 있다. 국무조정실장으로 황 전 총리와 호흡을 맞췄던 추경호 한국당 의원은 이날 “법무부 장관과 총리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아 국정을 경험하는 것은 공직자로서 쌓기 어려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비박계인 조해진 전 의원은 “태극기가 됐든, 친박과 비박이 됐든 황 전 총리가 파편화된 보수 진영의 목소리를 어떻게 포용하고 담아낼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라며 “이 과정을 잘 넘기느냐 여부가 그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걷게 되는 정치인의 길이라 개인적으로 걱정이 된다”면서 “저 혼자 하려고 하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한국당에 계신 선후배 의원님들과 수많은 당원 동지들, 국민들께서 함께 해 주시고 힘을 보태달라”고 통합에 방점을 뒀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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