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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협위원장 선발 오디션 정당 첫 온라인 생중계
강남을, 88년생 스타트업 대표가 전 서울시의원 꺾어
자유한국당의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10일 열린 조직위원장 선발을 위한 공개오디션에서 강남을 당협위원장 후보들이 사회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 자리에서 1988년생인 정원석(맨 왼쪽) 후보가 1점차로 이수원(맨 오른쪽) 후보를 제치고 강남을 당협위원장으로 선발됐다. 오대근 기자

“평가단 여러분 버튼을 눌러주세요!”

10일 전국 각지에서 모인 50명의 평가단이 사회자의 지시에 일제히 리모컨 버튼을 눌렀다. 곧이어 평가단의 표와 조직강화특위 위원 점수를 합산한 종합점수가 스크린에 등장했고 후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 접속한 1,800여명의 외부 관객들도 이 과정을 실시간 숨죽여 지켜봤다. ‘슈퍼스타K’나 ‘프로듀스101’ 얘기가 아니다. 국내 정당사 최초로 당협위원장 선발과정을 온라인 생중계한 자유한국당 얘기다. 그 결과 3선 출신의 권영세 전 주중대사가 낙마했다. 하버드 출신 서울대 박사가 떨어지고, 정치경험이 없는 1988년생 당협위원장이 탄생했다. ‘밀실공천’ ‘뒷방공천’이 사라지자 이변이 속출했다. 이렇게 탄생한 주인공들이 내년 총선 ‘공천 전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한국당은 이날 영등포구 한국당 당사에서 국회의원 선거구 당협위원장 선발 공개오디션을 열고 서울 강남을, 서울 송파구병, 서울 용산, 경기 안양만안, 부산 사하갑 지역의 당협위원장을 선출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축사에서 “오디션 방식이 틀림없이 앞으로 널리 퍼지고 우리 정치문화와 수준을 높일 것으로 확신한다”며 “저희 당의 지적재산권으로 자랑스럽게 간직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박근혜 후보캠프 종합상황실장 출신의 권영세 전 주중대사가 오디션 문턱을 통과하지 못했다. 홍준표 전 대표 체제에서 서울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을 박탈당하고 용산에 둥지를 튼 권 전 대사는 발언 제한 시간에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시작부터 용산 출마 이유를 해명하다 “삐삐” 제한 소리에 말을 미처 완성하지도 못했다. 중반이후 자율토론에서 한반도 안보가 주제로 나와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으나 이미 시간은 부족한 상황이었다. 결국 서울 용산은 2014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황춘자 전 당협위원장에게 돌아갔다. 권 후보는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승복을 해야지 어떻게 하겠냐. 저도 열심히 했는데…”라며 말을 아꼈다.

공개오디션이 적용되자 ‘숨은 능력’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강남을에 도전한 1988년생 정원석 ‘청사진’(2030보수청년 네트워크 정치스타트업) 대표는 유창한 브리핑 실력으로 분위기를 압도했다. 정 후보는 주어진 제한시간 동안 손짓 몸짓을 해가며 조강특위 위원, 평가단들과 일일이 눈을 맞췄다. 평가단으로 참여한 박헌영씨는 “현역 의원보다 연설을 더 잘한다는 얘기가 평가단에서 나왔다”며 “공개오디션이라 개개인의 장점들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수원 전 국무총리실 정무운영비서관과 이지현 전 서울시 의원을 꺾고 서울 강남을을 차지했다.

자율토론으로 단순 서류평가의 한계도 극복했다. 서울 송파병에서는 김범수 전 여의도연구원 이사와 김성용 한국당 비대위 산하 정당개혁위원회 위원이 맞붙었다. 서류평가로는 해외 유명 대학에서 공부를 한 김범수 후보의 완승이었다. 그러나 김성용 후보는 자율토론에 돌입하자 승기를 잡았다. 김성용 후보는 “저는 지방공립대 출신인데 김범수 후보는 하버드에서 공부하고 서울대 학력이 가장 안 좋은 경력이다”면서도 “김범수 후보는 책임당원을 1명이라도 모집해봤냐”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를 지켜보는 유튜브 실시간 댓글창에는 “학식이 아닌 경험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관전평이 쏟아졌다. 김성용 후보는 69점을 얻어 1점차 승리를 얻었다.

공개오디션 결과, 경기 안양만안은 김승 젊은한국 대표, 부산 사하갑은 41세의 여성 정치신인 김소정 구의원이 당선됐다. 이날 추천된 5명은 당규에 따라 비대위 의결을 거쳐 최종 당협위원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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