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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오페라발레단 무용수 박세은 
 한국이미지상 수상 위해 방한 
 
 “작년 입단한 한국인 후배 2명에 
 제 경험을 전해줄 수 있어 뿌듯” 
박세은은 새로 맡고 싶은 배역으로 ‘지젤’의 지젤, ‘카멜리아 레이디’의 마가렛, ‘마농’의 마농을 꼽았다. “꿈이 있어서, ‘다 이뤘다’고 말할 수 없어서, 목표가 남아 안주하지 않아서, 지금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역대 수상자들이 굉장한 분들이더라고요. 그 뒤를 잇게 돼 영광입니다.” ‘2019 한국 이미지상’ 수상 차 한국을 찾은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제1무용수 박세은(30)은 “후배 무용수들에게 제가 가진 재능을 전해주거나, 그들의 미래에 도움 되는 일이라면 주저 없이 할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한국 이미지를 해외에 알린 인물이나 사물에 주는 한국이미지상은 2005년 제정돼 김연아(2008), 르 클레지오(2009), 기 소르망(2011), 탕웨이(2015) 등이 수상한 바 있다. 박세은(꽃돌상)은 10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로 한국문화를 소개한 조시, 올리(징검다리상)와 함께 이 상을 수상했다. 한국이미지상 디딤돌상은 사람이나 단체가 아닌 ‘한국어’가 수상했다.

시상식 전날 같은 장소에서 만난 박씨는 “파리오페라발레단 입단 초기, 프랑스 사람들이 제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 한동안 ‘코리안’으로 부른 적이 있다”고 말했다. 1월 1일 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 좌석을 싹쓸이 하듯 유럽 내 일본인들의 클래식 음악사랑은 유명한데, 이와 비슷하게 발레도 일본 팬 층이 두터워 일본인 무용수는 프랑스에서도 익숙하다. 한데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한국인 무용수는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에 이어 박씨가 두 번째였다. 한예종 재학 시절 부임한 김용걸 교수의 춤에 반해 파리로 건너간 박세은은 “김용걸 선생님 덕분에 입단하자마자 동료들로부터 ‘한국 무용수는 부지런하다’, ‘한국 무용수는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무용에만 전념한다’는 이미지를 얻었다. 활동 내내 그 덕을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일본 무용수에 대한 유럽인들의 인식은 뚜렷한 데 반해 한국 무용수에 대한 인식은 명확하지 않았고, 그렇다면 제가 한국 무용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도 덧붙였다. 박씨가 2015년 솔리스트가 된 후부터 꾸준히 한국과 프랑스, 이중국적 취득을 권유 받았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크다”며 거절해온 이유다.

2019 한국이미지 꽃돌상 수상한 발레리나 박세은씨.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파리오페라발레단은 영국 로열발레단,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와 함께 세계 최정상 발레단으로 꼽힌다. 2011년 준단원으로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한 박씨는 2016년 동양인 최초로 제1무용수가 됐다. 지난해에는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했다. 한국 무용수 중 강수진(1999년), 김주원(2006년)과 김기민(2016년)이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파리 생활 8년 간 에펠탑 한번 찾은 적 없을 정도로 자신을 혹독하게 단련한 결과다. 10대 시절부터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등에서 주역으로 서며 ‘무용계의 김연아’로 불린 박씨는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하며 군무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제 에펠탑 꼭대기에 올라갈 여유가 생겼느냐’는 질문에 그는 “작년 10월 처음 가봤다. 예전 인터뷰 기사를 본 남자친구가 에펠탑에서 프러포즈를 했다”고 답했다. 6년 연애한 한국인 남자친구와 올 7월 프랑스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박씨는 “프랑스에서 살면서 꼭 화려한 생활이 아니라도, 일과 가족이 있고 내 삶과 행복을 찾는 게 ‘좋은 인생’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춤 역시 동작의 화려함보다 무용수 개인의 개성, 고유의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여긴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무대에서 드러나게 마련인데, 이 기품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춤이) 섬세하고 깔끔하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2015년 연습 도중 이마 6㎝가 찢어져 생긴 옅은 흉터도 굳이 미용시술로 없앨 생각이 없다. 박세은은 “이대로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 나이듦의 매력을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2019 한국이미지 꽃돌상 수상한 발레리나 박세은씨.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세계 최정상 무용수가 된 이제,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간판스타 서희(33)가 서희재단을 만든 것처럼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 무용수들의 해외진출 교두보 역할을 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서희 언니는 이미 정상을 이뤘지만 저는 아직 추고 싶은 춤이 많다”고 에둘러 답했다. 서희는 2016년 ‘서희재단’을 설립해 한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세계 최대 유소년 발레 콩쿠르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지역예선을 개최하고 발레 장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작년에 한국인 무용수 두 명이 새로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했어요. 제 경험을 전해줄 수 있어서, 어린 무용수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 뿌듯하더라고요. 다만 제 스스로 재단설립 같은 일을 추진하기에는 준비가 덜됐죠. 그런 점에서 (한국이미지상) 수상 의미가 커요. 한국에 도움이 되는 역할, 제 재능을 전해줄 수 있는 제안이라면 주저 않고 맡고 싶어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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