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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제작자 테이 강 
 美 실용음악학교 M.I 거쳐 
 기타 제작 학교 수석 졸업 
 “기타리스트 출신이라 
 연주에 편한 디자인 잘 알아 
 한국산=중저가 인식 바꿔야죠” 
테이 강이 영화 ‘스윙키즈’ 소품으로 만든 전자기타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강씨는 기타를 만들며 전문 연주자의 길을 포기했다. 재단부터 페이트칠, 사포질, 부품 조립까지 일일이 손으로 하기 때문에 겨울이면 손끝이 쩍쩍 갈라진다. 김혜윤 인턴기자

최근 개봉한 영화 ‘스윙키즈’는 1951년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오합지졸 댄스단의 탄생기를 그린다. 영화에서 캠벨수프 깡통, 코카콜라 병과 함께 한국전쟁 당시 수용소 풍경을 재현하는 전자기타는 몸판 재단부터 페인트칠까지 일일이 손으로 한, 실제 연주가 가능한 소품이다. 소품을 만든 사람은 기타 제작자 테이 강. 기타리스트 정재필, 그룹 에이퍼즈의 김진이 등 이름 난 연주자들이 강씨의 기타로 연주한다.

“1950년대는 전자기타 초창기라 모서리가 각진 디자인만 나왔어요.” 2일 서울 서초동 ‘테이 강 핸드크래프트 기타’에서 만난 테이 강(39)씨는 “오래된 기타처럼 보이려고 당시 디자인을 살리고, 페인트 칠한 부분을 사포로 갈았다. 총 2개월가량 걸렸다”고 말했다. 가수 거미의 세션맨으로 알려진 기타리스트 김석철씨가 영화에 출연하게 되면서 강씨에게 ‘50년대 빈티지처럼 보이는 기타 하나만 만들어달라’고 부탁해 소품을 제작하게 됐다.

테이 강의 전직은 기타리스트. 고등학교 1학년 수련회에서 친구의 기타 연주에 반해 “공부도 제쳐두고” 전자기타를 배웠고, 그때부터 군 입대 전까지 하루 6~7시간을 연주했다. “대학가서도 그렇게 연습했죠. 기타 학원 강사도 하고, 개인 교습도 하고. 한데 프로 밴드 만들려고 하는데 자꾸 어그러졌어요. 더 늦기 전에 공부하자 싶어 유학을 간 거죠.”

강씨는 2011년 미국 서부 실용음악학교 뮤지션스 인스티튜트(M.I) 에 입학했다. 세계에서 연주 제일 잘한다는 사람들을 만나니 가슴이 뛰는 한편으로 ‘기타리스트로 끝까지 살아남 수 있을까’하는 불안도 생겼다. 돌파구가 의외의 지점에서 찾아왔다.

하이엔드 일렉 기타 제작자 테이 강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목재 재단부터 페인트칠까지 전부 혼자 만드는 기타는 대당 300만원대에 팔린다. 김혜윤 인턴기자

“미국에서 우리나라 기타를 볼 수가 없는 거예요. 한국도 전자기타를 만들지만 ‘OEM 국가’, ‘저가 대량 생산국’으로 알려졌거든요. 왜 한국이 굳이 OEM만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렇다면 내가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 내가 만든 기타로 연주하고 싶다’하는 욕심이 생겼죠.”

M.I를 졸업하고 곧장 M.I 기타 제작 학교에 입학했고, 거기서 의외의 재능을 발견했다. 일단 연주자 출신이라 어떤 디자인이 연주에 편한지 만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강씨는 “기타 연주자에게 편한 넥(기타 목 부분)의 두께, 몸판 디자인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신한다”면서 “베이스를 만드는 방법은 알지만 전문적으로 칠 줄 모르기 때문에 지금은 만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토론하기 좋아하는 학생들 틈에 묵묵히 기타 만들기에 집중했고, 남들 하나 만드는 시간에 두 개를 만들었다. ‘잘 한다’고 자꾸 칭찬 들으니 더 열심히 만들었다.

2014년 수석 졸업을 하면서 세계적인 어쿠스틱 기타 제작자 캐시 윙거트의 공방에서도 근무했다. 한국에서 자신의 1인 공방을 연 건 2016년 5월 무렵이다. 강씨 기타는 홍보 한 번 한 적 없지만 학교 동문을 중심으로 연주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알려졌다. “저도 직접 만들기 전까지는 유명 악기사에서 만든 전문가용을 썼죠. 한데 그런 제품 중에서 부품이 허접한 것도 많거든요. 똑같은 모델도 소리가 다 다른데, 제작과정을 아니까 이런 게 보이는 거죠.”

테이 강이 전자 기타를 만들고 있다. 부품 조립까지 기계를 빌리지 않고 손으로 한다. 김혜윤 인턴기자
기타 제작자 테이 강의 작업실. 김혜윤 인턴기자

한국에서 공방을 차렸지만, 강씨 기타를 주로 사는 건 전자기타 강국 미국이다. 원목을 비롯해 대부분 원자재를 미국에서 수입해 만든 다음 다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등 애로사항이 많다. 몸판 재단부터 페이트칠과 사포질, 부품 조립까지 일일이 손으로 만든 강씨의 기타는 대략 우리 돈 300만원대. ‘한국산=중저가’라는 인식을 강해 미국시장에서 ‘가격 대비 음질 좋은 기타’로 알리고자 정한 가격대다. 강씨는 “해외 판매상 중 ‘미국에서 공방 차려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다. 기타에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 도장 찍으면 두 배로 팔아주겠다는 제안도 있었다”고 씁쓸해했다.

이런 인식을 바꾸고자 2017년부터 매년 음향기기 분야의 국제 가전 박람회(CES)로 꼽히는 라스베이거스 국제 음악박람회(NAMM Show)에 참가해 기타를 선보이고 있다. 이달 24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NAMM Show 2019’도 참가한다. 강씨는 “재작년에는 사람들이 제 부스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작년에는 유명 뮤지션들도 제 기타에 관심을 보이고 연주도 했다. 올해 성장가능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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