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최근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뜨겁다. 대부분 논의의 초점들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및 보험료율 조정 방안에 맞춰져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고 있지만, 제도 내실화 측면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국민연금 제도의 고질적 문제점은 바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해소’이다.

국민연금 사각지대는 제도 내적, 제도 외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제도 외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은 주로 소득이 없어 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전업주부 등이고, 제도 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은 국민연금에 가입했어도 실업이나 사업중단 등을 이유로 납부예외나 장기체납자가 돼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제도 외 사각지대는 그동안 국민연금 가입범위 확대, 사업장 가입자 확대 외에도 임의가입 확대, 전업주부 추납 확대 등으로 대응해 왔다. 또 제도 내 사각지대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로 평가되는 출산과 군복무에 대해 가입기간을 인정해주는 크레딧 제도, 농어업인, 영세사업장에 종사하는 저소득 가입자와 실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험료 지원을 통해 대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에서는 여전히 제도 내 사각지대가 노후소득보장 확충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018년 9월 말 국민연금통계에 따르면 납부예외자는 352만 명, 1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고 있는 장기체납자는 123만 명으로 전체 가입자 2,189만 명 가운데 21.7%, 지역가입자 739만 명 가운데에는 무려 64.3%를 차지한다.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는 경제활동인구의 약 93% 정도를 포괄할 정도로 외적으로 성장했지만, 그 이면의 실질적 사각지대의 규모는 이렇게 큰 것이다.

국민연금은 최소 10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해야 연금급여를 받을 수 있고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에 따라 연금액이 증액되는 제도다. 따라서 이렇게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은 국민의 노후소득 불안정으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 물론 이미 국민연금에서는 다양한 사각지대 해소 대책을 실시 중이나 아직 충분한 수준이 아니다. 출산 크레딧의 경우 둘째 자녀부터 12개월을 인정해주며, 보험료 지원은 농어업인과 사업장 종사 근로자, 실직자를 대상으로만 이루어져 정작 납부예외ㆍ장기체납자 비중이 높은 자영업자가 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최근 제시한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에 첫째 자녀부터 6개월의 출산 크레딧 부여, 사업장 가입자 및 농어민 보험료 지원 대상 확대, 보험료 지원에서 소외되었던 지역가입자를 대상으로 보험료 50% 지원 등과 같은 사각지대 해소대책이 포함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7년 통계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비정규 근로자의 국민연금 가입율은 54.9%로 정규 근로자의 97.8%와 비교할 때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처할 확률이 월등히 높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는 노동시장 양극화를 완화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뿐만 아니라 사각지대 해소는 국민연금에 재정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노후보장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각지대 해소를 통해 평균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5년 늘리면, 결과적으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포인트 올리는 것과 동일한 연금액 증액 효과를 갖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사각지대 해소대책은 국민연금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수급자를 확대하고 연금액을 증액할 수 있는 이중ㆍ삼중의 긍정적 측면을 갖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서 사각지대 해소대책이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이유이다. 국민연금의 목표가 더 많은 국민이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가입기간을 늘리고, 이를 통해 적정한 노후생활이 가능한 연금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장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