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자 망언에 설훈 “대놓고 거짓말” 반박

입력
2019.01.03 11:40

 전두환 현충원 안장은 “영령들 모독하는 짓” 

전두환(사진 오른쪽)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씨. 연합뉴스
전두환(사진 오른쪽)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씨. 연합뉴스

“민주주의 아버지가 누구예요. 저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해요.” 전두환 전 대통령(이하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가 보수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각 당과 시민단체가 “망언”이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전 전 대통령은 1979년 12ㆍ12 군사 반란의 주역이고, 1980년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의 유혈진압을 주도한 살인마이지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내용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 고문을 당하고 5년간 투옥됐던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1일 공개된 이씨 인터뷰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설 의원은 “80년 광주, 또 그 뒤에도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 그분들을 생각하면 어찌 이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울컥했다”며 “전 국민에게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남편인 전두환씨가 처음으로 단임제를 시행했다. 그러니까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이씨 주장에 대해 설 의원은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아야 한다는 87년 6월 항쟁에 (선거인단에서 대통령을 뽑는 간접선거제를 유지하려 했던) 전두환이 항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접선거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전 전 대통령 후임으로 내정됐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6ㆍ29선언을 통해 대통령 5년 단임 직선제로 개헌한 것이지 전 전 대통령의 자발적 행동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설 의원은 좀처럼 언론 앞에 서지 않던 이씨가 갑자기 인터뷰에 나선 것을 정치적 노림수라고 봤다. 5ㆍ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전 전 대통령이 오는 7일 광주지법 공판을 앞둔 상태에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수단이거나 보수층을 결집시켜 재판부에 압력이라도 가하려는 계산”이라는 게 설 의원의 시각이다.

2006년 국무회의를 통해 전두환, 노태우 등 두 전직 대통령의 서훈과 예우가 취소됐다. 그러나 사후 국립현충원 안장은 가능한 상태다. ‘전두환 국립묘지 안장 금지 특별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설 의원은 “엄청난 국민적 압력이 있지 않으면 (처리가) 안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전씨를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은 잘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 이전에 상식이라는 말이 있듯, 전씨가 그 많은 사람을 학살했는데 국립현충원에 묻힌다면 현충원에 있는 영령들을 모독하는 짓이며 많은 국민들이 저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씨의 발언에 대해 “2019년 최고의 히트”라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할아버지는 박정희, 아버지는 전두환, 누나는 박근혜냐”고 반문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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