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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위 영업현장에서 만나보니] 
 카풀 기사 “기피 경로에 수요 몰려” 택시 대체 가능성 낮게 봐 
 택시 기사 “운행 횟수 제한 등 진입장벽만 있으면 공존할 수도” 
지난 14일 서울개인택시조합 소속 택시 운전기사들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카풀 규탄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의 승차공유(카풀) 시장 진출로 불거진 카풀과 택시업계의 갈등이 결국 해를 넘긴다. 지난 28일엔 여당이 택시업계-카풀업계-정부가 참여하는 사회적대타협기구 출범 방안을 논의할 자리를 마련했지만 택시업계의 불참으로 결국 무산됐다. ‘미래 모빌리티’라는 신산업을 개척하려는 정보기술(IT) 대기업과 “생존권을 지키겠다”는 택시 업계의 이해는 지금까지 절대 타협 불가능한 ‘치킨게임’으로만 비쳐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28일 서울시내 도로 위 영업현장에서 들어 본 택시와 카풀 기사들의 목소리는 조금 달랐다. 카풀 기사들은 실제 카풀이 택시를 대체할 거라 보지 않았다. 그보단 대중교통의 허점을 메우는 보완재, 공유경제로 나아가는 중간고리 성격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많았다. 택시 기사들도 무조건 카풀을 반대하기보단 택시 서비스의 문제를 고쳐야 한다는 자기비판과 함께 현명한 공생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 국회에 대한 실망감을 전했다.

 ◇“떡볶이값 버는데 택시 생존 위협이라뇨” 

고3 딸을 둔 A(50)씨는 “퇴근길에 딸 떡볶이나 사주려고” 카카오 카풀을 시작했다. 그는 은행을 명예퇴직한 뒤, 비정규직 3교대로 근무 중이라 밤 근무 후 아침 퇴근 시간에 한 번씩 카풀 앱을 켠다.

카풀 기본료는 3㎞당 3,000원으로 택시보다 30% 가량 저렴한데, 요금의 20%는 카카오가 수수료로 가져간다. 하루 운행 횟수는 두 번으로 제한돼 있다. A씨는 지금의 형태대로라면 ‘카풀 전업’은 불가능하고 택시와는 이용자층도 다르다는 의견이다. A씨는 “하루 4,000~5,000원 버는데 택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15~30분 기다려야 내 동선과 맞는 사람이 연결되기 때문에 급한 사람은 택시를 타지 카풀을 신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IT벤처 기업에 다니는 이모(39)씨는 카풀 승객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씨는 “자정 넘어 송파에서 위례로 넘어가는 카풀을 받았는데, 기본요금 거리라 택시가 안 잡히는 걸 알아서 태워드렸다”며 “출퇴근길 골목에서 오는 호출을 주로 선택하지만 가끔은 택시가 안 잡힐 만한 곳의 콜도 받는다”고 전했다. 오히려 택시가 기피하는 경로일 때 카풀 수요가 높다는 설명이다.

다만 아직은 카풀이 시범서비스 단계여서 현재 상태로 향후 변화를 예단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카풀 기사 가운데는 미래 산업적인 측면도 놓치지 말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주차 카풀 드라이버 이강일(45)씨는 “공유경제는 이미 막을 수 없는 흐름이고 카풀은 자율주행으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 성격도 짙어, 언젠가는 대비를 해야 할 것”이라며 “무작정 막으려 들기 보다는 카풀 플랫폼 사업자에게 세금을 많이 걷는다든지 적절히 상생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실질ㆍ제도적 지원책 내야”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업계 지도부와는 달리, 일선 택시 기사들 사이에선 적절한 진입 장벽만 갖춰진다면 택시와 카풀이 공존할 수 있을 거란 의견이 적지 않았다. 최근 카풀을 지지하는 ‘반 택시 정서’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열악한 근로환경에 있으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질타가 많이 제기됐다.

개인택시 기사 이영한(63)씨는 “지금이야 무조건 반대에 가깝지만, 카풀 기사들이 제대로 교육받고 하루 운행 횟수에 제한을 둔다면 택시 영업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 경력 10년의 김모(72)씨는 “근무 환경이 극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카풀까지 뛰어든다고 하니 택시 기사들이 무조건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택시기사 월급제 도입 등 당정이 지원책을 꺼내긴 하는데 구체적 추진 방안은 없어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윤모(50)씨는 “택시 파업에 참가는 했지만 카풀과의 상생 방안은 찾을 수 있다고 믿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사들이 모두 강경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노조 위원장이나 간부들이 앞에 나가 말하고 참여 안 하면 배신자로 몰아가니까 마지못해 따라가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윤씨는 “10시간 넘게 운전하면서 월 200만원 남짓 벌어가는 지금의 택시 산업 구조가 절대 정상은 아니다”며 “정치권과 대기업에 대한 불신을 줄이고 공유경제라는 전체 맥락을 기사들도 공감할 수 있도록 하려면 과도한 사납금, 장기간 근로 등 부실한 서비스로 이어지는 문제점에 개선책을 내놔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첫 발도 떼지 못한 사회적대타협기구는 내년 초 다시 추진되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택시업계 4개 단체장들은 △카카오를 포함한 국내 모든 카풀 서비스가 중단돼야 논의에 참여할 것이며 △사회적대타협기구 구성원으로 야권 교섭단체나 카풀 관련 법안 발의자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 수준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카풀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선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시범서비스 중단은 없다”고 못 박았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choikk999@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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