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으로 옥죈다지만… ‘유치원 개혁’엔 한계

입력
2018.12.26 19:00
수정
2018.12.26 22:3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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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파인 대체 도입 등 추진 불구 처벌 규정없어 버티면 속수무책

유은혜(오른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유은혜(오른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사립유치원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한 법적 근거 확보를 위해 발의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ㆍ사립학교법ㆍ학교급식법)’의 연내 국회 통과가 사실상 어렵게 되면서 정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대책 추진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 등 권한 내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주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처벌 규정이 없는 탓에 버티는 유치원들을 얼마나 압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유치원 무단 폐원 시 행정처분 근거 등을 마련하기 위해 유아교육법 시행령 등 4개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유치원 3법의 뒷받침 없이도 주요 개혁을 계획대로 추진하기 위한 대안이다. 당초 유아교육법 개정을 통해 시행하려 했던 사립유치원 에듀파인(국가교육회계시스템) 사용 의무화는 사학기간 재무ㆍ회계규칙에 있는 사립유치원 예외조항을 삭제하는 것으로 대체도입하기로 했다. 유치원 원장 임용에 필요한 교육경력 기간을 늘려 자격을 강화하는 교원자격검정령 개정안도 입법예고했다. 유아교육법 시행령ㆍ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학기 중 폐원과 학부모 동의 없는 폐원을 금지하는 한편, 27일부터는 ‘사립유치원 폐원 대응 학부모 고충지원센터’를 운영해 무단 폐원 방지 및 유아 전원대책 마련을 직접 챙긴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확실한 처벌조항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에 대한 강력한 개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유치원 3법의 핵심은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 유용시 횡령죄 적용이 가능하도록 한 유아교육법 개정안이었다. 사립유치원 회계비리에 대한 직접적 처벌규정이라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도 “다른 규정은 미루더라도 보조금 전환만은 연내 처리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입법이 불발되면서 내년에도 정부는 사립유치원의 지원금 유용을 적발해도 처벌하지 못하고 환수 조치만 내려야 할 처지가 됐다. 시행령 개정과 함께 행정처분기준도 다듬었다지만 1회 위반 시 정원 2~5% 감축 정도에 그쳐 회계비리가 많은 대형 사립유치원에는 큰 타격이 없을 거라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지난 17일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도 “유아교육개혁이 반쪽에 그치지 않도록 임시국회에서 유치원 3법이 처리되길 바란다”고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누리과정비를 보조금으로 바꾸는 것은 단지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넘어 유치원의 공공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의무교육제도로 편입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어렵게 사회적 합의가 생긴 만큼 국회는 근본적 개혁을 위한 입법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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