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연일 ‘레이더 조준’ 공방 속 ‘일본 시각적 오인 가능성’도

입력
2018.12.25 20:00
수정
2018.12.27 09:3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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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구축함-일본 초계기 활동 진실공방]

광개토대왕함 北 선박 추적 과정… 日 “여러 차례 전파 받았다”

한국 “타국 군함 위로 이례적 비행” 日 “저공 비행한 사실 없다”

자료사진. 해군 제공
자료사진. 해군 제공

일본 방위성이 25일 “우리 해군이 일본 초계기를 추적할 목적으로 레이더를 운용한 사실이 없다”는 전날 우리 군의 설명을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동해 공해 상에서 조난당한 북한 선박을 탐색하던 광개토대왕함과 이를 감시하던 일본 초계기의 활동을 둘러싼 양국 군 주장이 엇갈리며, 한일관계 개선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방위성 주장과 이에 대한 우리 국방부 해명을 중심으로 당시 상황을 재조명해봤다.

■사격통제레이더 정말 켜지 않았나

방위성은 이날 ‘한국 해군함정에 의한 화기관제레이더(사격통제레이더) 조사(照射) 사안에 대해’라는 제목의 입장 자료를 내고 “P-1 초계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당 구축함에서 발생한 전파의 주파수 대역과 전파 강도 등을 분석한 결과, P-1이 화기관제레이더 특유의 전파를 일정 시간 계속해서 여러 차례 조사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날 국방부가 “우리 해군이 일본 초계기를 추적할 목적으로 레이더를 운용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한 것과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목이다.

당시 북한 조난 선박을 수색 중이던 광개토대왕함은 대함 레이더인 MW-08로 해당 해역을 탐색 중이었으나 일본이 문제 삼고 있는 사격통제레이더 STIR-180은 가동하지 않았다는 게 우리 군 당국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함장의 별도 지시가 없으면 STIR-180 레이더를 켜지 않는다”며 “당시 STIR-180을 가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해군을 상대로 명확하게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 측이 레이더가 자신들을 겨냥했다고 시각적으로 오인했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게 우리 군 입장이다. 일본 초계기를 관찰하기 위해 당시 운용했다는 광학카메라는 STIR-180과 물리적으로 연동돼 있다. 광학카메라가 방향을 틀면, STIR-180 레이더 안테나도 함께 돌아가는 방식이다. 레이더 전자파는 방사되지 않지만, 일본 초계기 입장에서는 한국 해군 구축함이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방위성이 “화기관제 레이더 특유의 전파가 여러 차례 조사된 것을 확인했다”고 분명하게 밝혀 이 부분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군의 한 관계자는 “광개토대왕함이 STIR-180 레이더를 방사했다면, 이를 수신한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라며 “이 자료를 일본이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방위성은 이날 입장 자료를 내며 초계기의 레이더 수신 기록 등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는 않았다.

■일본 초계기가 먼저 도발?

당시 P-1 초계기의 움직임을 두고도 한일 간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방위성은 “P-1은 국제법과 국내 관련 법령을 지켜서 한국 구축함에서 일정한 고도와 거리를 두고 비행했다”며 “구축함 상공을 저공 비행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전날 우리 합동참모본부가 “한 나라의 군함 상공으로 (다른 나라의) 초계기가 통과하는 것은 이례적인 비행”이라고 꼬집은 것을 재차 반박한 것이다.

일단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상공에서 비행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광개토대왕함에서 P-1 초계기를 촬영한 사진도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성 역시 구축함 상공을 비행한 사실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다. 문제는 초계기가 충분한 고도와 거리를 두고 비행했는지 여부이나, 양국 모두 이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내놓고 있지 않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우리 해군도 우리 영해 근처에서 타국 군함의 움직임이 있으면 이에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감시 임무를 띈 일본 초계기 활동을 두고 ‘이례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호출했다는 일본, 못 들었다는 한국

방위성은 “P-1은 세 가지 주파수를 이용해서 영어로 ‘한국 구축함, 함 번호 971(KOREA SOUTH NAVAL SHIP, HULL NUMBER 971)’이라고 세 차례 호출했다”고 강조했다. 한국 구축함이 레이더를 비춘 의도를 확인하기 위해 교신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한국 해군이 이에 응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잡음이 많아 들리지 않았고, ‘코리아 코스트(Coast)’ 즉 해군이 아닌 해경을 호출하는 것으로 인지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해군 함정 머리 위를 지나다니는 심각한 상황이라면, 우리 군도 적극적으로 일본 측과 교신을 시도했어야 한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한일 군 당국은 가까운 시일 내 이번 논란을 협의할 채널을 가동키로 했다. 국방부는 이날 외무성 발표에 대한 공식 입장으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한일 간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만 반응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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