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계속되는 ‘일방통행’ 국정 운영… 공화당도 등 돌리나

입력
2018.12.2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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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이 집권 3년차를 앞둔 시점에도 이어지자 여당인 공화당에서조차 그에게 등을 돌리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참모진의 만류에도 독단적으로 결정한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의회와의 충돌을 무릅쓰고 강행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 등을 두고 공화당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은 ‘부자 유권자’ 사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은 약화하는 모습이다.

23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상원 외교위원장인 공화당 중진 밥 코커(테네시) 의원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워싱턴 정가를 강타한 현안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저격했다. 셧다운을 촉발한 예산안 분쟁을 ‘어린애 같은(juvenile) 일’이라고 표현한 그는 “대통령이 원한다면 국경장벽 자금 지원을 둘러싼 지금의 싸움을 쉽게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마치 대통령이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진, 의도적으로 고안된 싸움”이라고도 말했다.

코커 의원의 이 같은 언급은 한마디로 셧다운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 것이다. 로이 블런트(공화ㆍ미주리) 상원의원도 “우리는 설명서도 없이 여기까지 날아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전격 사임을 부른 시리아 철군 결정에 대한 비판도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코커 의원은 “몇몇 파괴적인 결정이 내려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친구’인 린지 그레이엄(공화ㆍ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마저 “내가 대통령을 돕는 최선의 방법은 그에게 진실을 얘기하는 것”이라면서 시리아 철군은 안보 보좌진의 충고를 무시한 ‘즉흥적 결정’이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성향을 견제했던 ‘어른의 축(axis of adults)’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던 매티스 장관은 지난 20일 시리아 철군 결정에 반발, “동맹을 존중하라”는 쓴소리를 남기고 사의를 밝혔는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 주변이 예스맨ㆍ예스우먼으로만 채워지고 있다”며 “대통령을 제어할 수 있는 시대는 저물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내의 ‘반(反)트럼프’ 정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기자인 칼 번스틴은 이날 CNN에 출연해 “매티스 장관 사퇴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데 대해 공화당 내부에서 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최근 들어 공화당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대통령은 공화당원들과도 싸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권뿐 아니라, 미국의 자산가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 목소리는 확연히 줄어드는 추세다. CNBC방송은 지난달 7~19일 백만장자 75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오늘 선거가 치러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찬성표를 던지겠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가 34%에 그쳤다고 이날 보도했다.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지지 비율은 62%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정치 후원금 기부로 선거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들의 표심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공화당도 그냥 지나치기 힘든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 증가는 미국 투자자들의 ‘베팅’에서도 확인된다. 정치 베팅사이트 ‘프레딕트잇’에 따르면,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될 것인가’라는 질문과 관련해 ‘그렇다’라는 답변에 붙은 가격은 이날 44센트를 기록했다. 한 달 전 가격(30센트)보다 무려 47%나 비싸진 것이다. 이 사이트는 투자자들의 예치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특정 시점에 그 결과를 확인해 베팅당 1달러를 지급하는 식으로 운영되는데, ‘탄핵될 것’의 가격이 상승했다는 건 그만큼 탄핵 가능성을 높게 보는 투자자들이 늘었음을 뜻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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