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故김사복씨 5ㆍ18 묘역에 안장한다

입력
2018.12.24 14:59
수정
2018.12.24 19: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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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츠페터 기념정원으로 이장키로

1975년 김사복(오른쪽)씨가 위르겐 힌츠페터와 함께 찍은 사진. 김사복씨 아들 승필씨 제공
1975년 김사복(오른쪽)씨가 위르겐 힌츠페터와 함께 찍은 사진. 김사복씨 아들 승필씨 제공

5ㆍ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고(故) 김사복씨의 유해가 광주 북구 5ㆍ18 구 묘역에 조성된 힌츠페터 기념정원에 안장된다.

광주시는 이달 19일 시와 5ㆍ18단체 등 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5ㆍ18 구묘역 안장 TF팀’이 회의를 열어 김사복씨의 유해를 구 묘역에 안장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경기 양주시 천주교 청량리 성당 묘원에 묻힌 김사복씨의 유해는 화장된 뒤 5ㆍ18 구 묘역 힌츠페터 기념정원으로 옮겨질 계획이다. 다만 이장 시기는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힌츠페터 기념정원은 광주시가 5ㆍ18 당시 광주의 참상을 가장 먼저 전 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를 추모하기 위해 2016년 5월 16일 5ㆍ18 구 묘역에 조성했다. 5ㆍ18 당시 일본 특파원이었던 힌츠페터는 서울 팔레스호텔 소속 외국인 전용 택시를 몰았던 김사복씨의 도움으로 광주에 들어가 목숨을 걸고 계엄군의 폭압 현장을 촬영했다. 힌츠페터는 이어 도쿄로 돌아가 이 영상을 독일 제1공영방송(ARD-NDR) 본사에 보냈다. 그가 촬영한 영상자료는 독일에서 방영되면서 5ㆍ18 광주의 실상도 세계에 알려졌다. 힌츠페터는 2016년 1월 25일 숨을 거둘 때까지도 “내가 죽으면 광주에 묻어달라”, “내 필름에 기록된 것은 모두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며 광주를 잊지 못했다. 시는 고인의 뜻에 따라 고인이 남긴 머리카락과 손톱 등을 5ㆍ18 구 묘역에 안장했다. 힌츠페터는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으며 “용감한 택시기사 김사복씨에게 감사하다. 그를 만나고 싶다”고 그리워했다. 하지만 김사복씨는 간암에 걸려 1984년 12월, 향년 54세로 세상을 떠나고 없는 터였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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