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 유능한 충성, 무능한 불충

입력
2018.12.18 04:40
31면

‘논어’ 위정편에서 공자는 고지식한 제자 자로(子路)를 깨우쳐 줄 목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자로야! 너에게 뭔가를 안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워 주마.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앎이다.”

소인은 하나를 더 알고 더 모르고에 목을 맨다. 그러나 군자는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이 아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서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공자의 이 짧은 말 속에 ‘정확’과 ‘솔직’의 메시지가 숨어 있음을 읽어 낼 때 그 사람의 ‘논어’ 읽기는 효과를 발휘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초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보도가 여럿 있었다. 최저임금 논란,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비판, 해결 기미가 안 보이는 북핵 문제 등등이 지지율 하락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취업난이 심화돼 견고했던 20대 남성들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추가 해설도 눈에 띈다.

그런데 요즘 SNS에서 주목하게 되는 것은 촛불과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을 열렬하게 지지했던 사람들이 올리는 비판의 글들이다. 거기에도 크게 두 부류가 있다. 좀 더 세게 적폐를 청산하고 ‘수구’세력을 몰아붙여야 하는데 머뭇거리기 때문에 불만이 있다는 부류, 좀 더 온건하게는 이제 2년 가까운 적폐 청산 그만하고 문재인 정부만의 성과를 보여 줘야 할 때인데 아무리 봐도 지금의 인적 구성과 능력으로는 어려운 것 아닌가라는 점을 지적하는 부류다.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5년 단임제라는 우리 제도의 특성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후자의 ‘현실적합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좌우 모두와 거리를 둔다는 우리 사회의 ‘중간 여론층’도 아마 전자보다는 후자쪽으로 기울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취임 후 1년 반동안 문 대통령이 보여 온 실제 모습과도 무관치 않다. “착하게 보이는데 시간이 갈수록 무능한.” 착함이 임기 초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끌었다면 올 하반기부터 나타난 급격한 하강세는 주로 무능함에서 비롯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불거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소속이었던 김태우 검찰수사관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리고 있다”고 한 발언이다. 청와대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될 경우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라면 의혹 제기 사실 자체를 부끄러워하며 믿을 만한 기관에 맡겨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가리도록 하겠다는 선까지가 할 수 있는 말의 한계다. 그런데 이미 의혹의 결론을 제시하며 더욱이 “미꾸라지 한 마리” 운운한 것은 이미 권력에 취했다는 방증의 표현이다. 이런게 바로 무능이다.

문제는 윤 수석의 발언이 그나마 충성도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발언이다. 과연 인사권자가 윤 수석의 이 발언을 “유능하고 충성스럽다”고 볼지 “무능하고 불충이다”라고 볼지 궁금하다. 다른 인사 패턴으로 감히 미루어 헤아려 보자면 후자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정부에 ‘무능’의 이미지가 자꾸 쌓여 온 것도 그 때문 아닌가?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정부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지지도가 자꾸 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게 되려면 주변 사람들이 정말 유능하고 충성스럽게 보좌해야 한다. 안 되는 능력으로 곁에 머무르려고 하는 것 자체가 불충이다. 그런 사람이 누구인지는 이미 어지간히 드러난 것 같다.

통상 이럴 때는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만 해도 민심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시작할 때 너무 나갔다. 그 부메랑들이 하나 둘씩 돌아와 지지율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아직 ‘탈원전’ 문제에 대한 본격 논란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 돌아갈 초심이라도 있는 것인지 걱정스러운 이유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