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한 것들로 본 한국 문학

입력
2018.12.14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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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책] 김철 ‘우리를 지키는 더러운 것들’

2005년 방영된 SBS 드라마 '토지'. 김철 교수는 민족이란 아우라를 벗겨내면 대하소설 ‘토지’는 그저 멜로드라마, 그것도 스펙터클한 요소가 매우 부족한 농촌 가정극에 불과하다 일갈한다. ‘토지’의 장점은 민족이 아니라 농민 일상사의 묘사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5년 방영된 SBS 드라마 '토지'. 김철 교수는 민족이란 아우라를 벗겨내면 대하소설 ‘토지’는 그저 멜로드라마, 그것도 스펙터클한 요소가 매우 부족한 농촌 가정극에 불과하다 일갈한다. ‘토지’의 장점은 민족이 아니라 농민 일상사의 묘사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뜨거운 1970~80년대를 통과하면서 ‘국문학’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학자가 어떻게, 그리고 왜 ‘국문학’을 버리게 됐는지에 대해 쓴 책이다. 말하자면 이렇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소리 높여 남을 비방하고, 나만의 개성과 취향을 내세우는 이들이 있다. 그렇게나 센 척들을 하지만, 실은 깊은 열등감이다. 국가와 민족의 순수한 정체성을 고집하며 국사, 국문학 같은 걸 내세우는 것도 같은 심리다. 그런 점에서 국학이란, 일종의 멜로드라마다.

우리를 지키는 더러운 것들

김철 지음

뿌리와이파리 발행ㆍ272쪽ㆍ1만6,000원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기 동일성의 강박”에서 벗어나 “자기의 이중화”를 택하는 “유머의 정신을 견지”해야 한다, 타인에 대한 혐오는 자신에 대한 혐오임을 깨닫고, 자신을 유머로 대해야 타인에게도 유머로 대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나를, 우리를 지키는 것은 ‘순수한’ 나와 우리가 아니라 ‘더러운’ 나와 우리다. 국문학계 주변에서 느껴왔던 여러 일들에 대한 글을 한데 모았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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