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지나 단죄…안타까워” 이재수 전 사령관 유서 공개

입력
2018.12.08 11:48
수정
2018.12.08 12:21
구독
세월호 유족 사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오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의 변호인 임천영 변호사가 8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이 전 사령관의 자필 유서를 공개하고 있다. 뉴스1
세월호 유족 사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오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의 변호인 임천영 변호사가 8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이 전 사령관의 자필 유서를 공개하고 있다. 뉴스1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등 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투신한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사령관의 유서가 공개됐다.

8일 오전 11시 이 전 사령관 측 임천영 변호사는 서울 송파구 송파경찰서에서 취재진에게 이 전 사령관의 유서 내용 전문을 공개했다. A4용지 두장 분량의 유서는 이 전 사령관의 친필로 작성됐다.

유서에서 이 전 사령관은 “세월호 사고시 기무사와 기무부대원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다”며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 때의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점 부끄럼 없이 살았지만 전역 이후 복잡한 정치상황과 얽혀 제대로 되는 일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유서에는 검찰과 재판부에 대한 간곡한 호소도 담겼다. 이 전 사령관은 “영장심사를 담당한 판사님께 경의를 표하며 이번일로 어려운 지경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거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고 남겼다.

이 자리에서 임 변호사는 “또 다른 억측이나 오해가 있을까봐 유족의 동의 하에 유서를 전문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사령관은 본인이 사령관으로 있으면서 장군 2명이 구속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해왔다”며 “모든 책임을 통감하니 부하들은 용서해달라고 누누히 밝혔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은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등 민간인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기무사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을 위한 첩보 수집 활동을 했다. 첩보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정치성향 등 민간인 사찰이 포함됐다. 이 전 사령관은 당시 기무사를 총괄 지휘하고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지난달 27일 이 전 사령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이 2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지난 3일 법원은 “관련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고, 수사 경과에 비춰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이를 기각했다.

이하 이 전 사령관의 유서 전문

세월호 사고시 기무사와 기무부대원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음.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 때의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 점 부끄럼없이 살았지만 전역 이후 복잡한 정치상황과 얽혀 제대로 되는 일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지금 모처럼 여러 비즈니스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즈음에 이런 일이 발생하여 여러 사람에게 미안하다.

영장심사를 담당해준 판사님께 경의를 표하며 이번 일로 어려운 지경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검찰 측에게도 미안하며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랍니다. 군 검찰 및 재판부에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가족, 친지, 그리고 나를 그동안 성원해준 모든 분들게 정말 죄송하며 용서를 구합니다.

군을 사랑했던 선후배 동료들께 누를 끼쳐 죄송하고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가족들도 더욱 힘내서 열심히 살아가길 바랍니다. 60평생 잘 살다가 갑니다.

모두들 안녕히 계십시오.

이재수 배상.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